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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주부 김미순씨 2년째 독거노인 돌봐

울산시 북구 매곡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김말순(金末順·37)씨는 지난 95년 11월 9년 만에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이후 金씨는 오른쪽 가슴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받았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술 후에는 폐수종까지 앓았다.유방암 재발 여부는 5년. 투약과 검사에 심신이 지쳐 있던 金씨는 2년 전 우연히 아파트 앞 반찬가게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裵모(91)옹을 만났다. 당시 裵옹은 5남1녀를 두었지만 큰아들(71)이 중병을 앓고 있는데다 나머지 자녀들도 병중의 아버지를 돌보기를 꺼려 사실상 버림받은 상태였다. 더구나 裵옹은 당뇨에 치매까지 겹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끼니를 거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힘겹게 오르는 할아버지를 모른 체할 수 없었다』는 金씨는 그날 이후 아침 저녁으로 들러 밥을 짓기 시작했고 대소변으로 얼룩진 옷과 이불까지 빨았다. 아내의 병이 재발될 것을 우려한 남편의 만류도 金씨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오히려 金씨의 정성에 감동한 남편이 함께 병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남편 정만호(鄭晩鎬·41·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부)씨는 『간호를 받아야 할 사람이 도리어 할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겠다는 얘기에 화가 났지만 직접 할아버지를 뵙고 나서 아내를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후 2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같은 金씨의 헌신적인 사랑에 裵옹의 당뇨병은 호전됐다.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신이 주신 즐거운 기회』라는 金씨는 『할아버지로 인해 마음의 평화와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고 겸손해 했다 김말순씨가 裵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 울산=김광수기자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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