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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女帝’…겁없는 고2
입력2003-06-17 00:00:00
수정
2003.06.17 00:00:00
국내 여자 골프계에 또 하나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 떴다. 올들어 개막전(김영주골프 여자오픈)을 비롯, 2개 프로 대회에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지은희(17ㆍ가평중고 2년)가 주인공이다.
아직 채 피지 않은 꽃이지만 재능과 기량, 승부사 기질 등 모든 면에서 박세리(26ㆍCJ) 이후 최대의 `물건`으로 꼽힌다. 일요일(15일) 경기 가평의 골프연습장에서 그를 만났다.
▲ 선머슴같은 말괄량이 소녀
“은희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 인터뷰 약속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핸드폰 녹음소리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뜸 “술을 잘 마시느냐”고 물었더니 “아뇨, 그냥 재미삼아 해본 거예요”하고 까르르 웃는다.
키가 160㎝나 될까(실제로는 161㎝). 자그마한 체구에 깜찍한 얼굴, 짧은 커트 머리에 면바지 차림이 영락없는 선머슴이자 말괄량이 소녀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성격이 워낙 털털해 남자 여자 가릴 것없이 친구가 아주 많단다.
MBC Xcanvas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18일 경기 용인 88골프장 서코스 14번홀(파4ㆍ371야드). 골프여왕 박세리를 따라다니던 1,500여 갤러리가 갑자기 탄성을 터뜨렸다.
당시 무명의 지은희가 280야드에 가까운 드라이버 샷을 날린 뒤 세컨드샷을 홀 앞에 떨궈 이글을 잡아낸 것. 함께 라운딩한 박세리에 비해 체격이 너무 작아 어린애처럼 보였지만, 박세리 못지 않은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 대스타와의 대결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배짱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은희는 이미 시즌 개막전에서도 정일미(31ㆍ한솔홈데코)등 국내 톱랭커들과 샷대결을 펼쳐 공동 2위를 차지, 대형 스타탄생을 예고했었다.
▲ 수상스키보다 재미있는 골프
지은희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가평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 지영기(48ㆍ전 국가대표 수상스키 감독)씨를 따라 골프장에 다니면서부터. 그는 골프시작 6개월만에 한 잡지사가 주최한 여자 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딸의 소질을 간파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실력은 무섭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중ㆍ고교생부터 성인까지 참가하는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 대회를 제패, 올초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지은희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60야드. 잘 맞으면 280야드도 훌쩍 넘는다.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장타가 나올까. 비결은 수상스키로 다져진 체력에 있다.
“5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수상스키를 배워 체력은 누 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요. 중 1때 학교 팔씨름 대회에서 남학생들을 모두 제압했지요. 축구, 야구 등 운동이라면 뭐든지 자신이 있어요. 특히 골프는 스릴이 넘치는 수상스키보다도 더 재미 있어요.”
▲ 제2의 소렌스탐을 꿈꾼다
지은희는 하루 12시간씩 공을 친다. 사춘기 소녀에게 너무 힘든 일은 아닐까. “솔직히 공이 안맞을 땐 골프가 싫어져요. 그러나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는데 이러면 안되지` 하고 마음을 다잡곤 해요. 지난해부터 자신감이 생겨 이 길을 가겠다고 뜻을 굳혔어요.”
올해의 목표는 일단 국가대표생활을 충실히 활동하면서 오픈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프로 전향은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앞으로의 꿈은 박세리와 아니카 소렌스탐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것이다.
“소렌스탐의 성대결을 TV로 봤어요. 언젠가는 나도 대스타가 돼 한번 꼭 성대결을 해보고 싶어요.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옆에 있던 부친이 살갑게 말한다. “은희는 남자인 박부원(38) 레슨 프로와 라운딩해도 드라이버샷이 그렇게 많이 밀리진 않는다”라는 말에 딸에 대한 대견함이 배어 있다. 세계 정상을 향해 질주를 시작한 그의 꿈이 만개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박진용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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