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조치훈의 신수성 취향은 결국 흑25까지의 절충으로 낙착되었다. 이것에 대한 청소년 기사들의 여론은 두 가지로 갈리었다. “흑이 불만 아닐까. 후수가 되었고 아직 흑의 모양에는 분란의 불씨가 남았다. 무엇보다도 반삼각으로 둔 형태가 꼴불견 아닌가.” 이것은 김명완6단의 해설이었는데 최철한의 견해는 정반대였다. “형태는 조금 이상하지만 흑이 최대한으로 버틴 정석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흑이 손해를 본 것은 전혀 없다. 꺼림칙한 뒷맛이 약간 남았지만 백이 당장 그것을 추궁하기는 힘들다. 결국 쌍방이 균형 있게 절충한 형태라고 봐야 한다.” 일부 기사들은 흑23으로 빈삼각을 둘 바에는 아예 참고도의 흑1로 몰고 5로 깨끗하게 잡아두고 싶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확실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당분간 이 형태는 미완성 정석으로 남을 것이다. 백26. 이제는 이곳이 대세점이다. 백26이 놓이면 흑27의 침입은 놓칠 수 없는 요소. 좌상귀에서 선수를 뽑은 뤄시허는 36으로 뛰어들었다. 우상귀의 엷음을 엿보면서 우하귀 일대의 모양을 견제하는 좋은 수. 조치훈의 그 유명한 장고가 시작되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조치훈은 착점을 보여주지 않았다. 뤄시허는 좀이 쑤시는지 몸을 자꾸 비틀었다. “조치훈이 뤄시허에게 기다리는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김명완6단의 말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