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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 걸린 2.3세 경영권 승계
입력2006-04-23 09:22:00
수정
2006.04.23 09:22:00
세금 등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묘수'를 써서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하던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잇따라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재벌 그룹의 2,3세 경영권 승계작업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 검찰 수사 등에 막혀 일단 중단됐다.
최근 뉴스의 중심에 있는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외아들 정의선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의 진원지인 글로비스 주식을 전량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일단 두손을 들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자신이 대주주인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그룹 지배구조의 한축인 기아차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으려 했는데 이번 글로비스 지분 포기로 이 같은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됐다.
정 사장은 현재 기아차 지분이 1.99%에 불과해서 그룹의 대주주로 인정받으려면 상당 규모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지만 현대차에 대한 감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공법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이 정당한 세금을 내고 정 회장 보유 지분(현대모비스 7.9%, 현대차 5.20%)을 증여받으려면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세금을 내려면 정 사장이 따로 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증여받은 지분의 절반을 처분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그룹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통한 '세금없는 경영권 대물림' 계획이 암초에 직면한 상태다.
이건희 회장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비롯한 4자녀에게 배정해 최대주주의 위치를 확보해줌으로써 값 싸게 경영권을 물려주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3.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삼성생명은 또삼성전자의 주식 7.2%를 가진 국내 최대주주여서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권을 확보하면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버랜드 CB '헐값배정'에 대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검찰 수사, '삼성공화국론'과 'X파일 사건' 등에 따른 '반(反) 삼성' 여론,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재벌의 소유구조 개선을 노린 법률 시행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 회장 일가는 앞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야하지만 이런 저런 편법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골치를 앓고 있다.
게다가 '2.7 대책'을 통해 발표한 사회헌납액 마련을 위해서는 보유 지분마저 내놔야할 수도 있어서 현금을 동원한 지분 증대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부사장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다져왔지만 광주신세계 지분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참여연대는 지난 1998년 광주신세계 유상증자 당시 신세계가 실권한 것은 정 부사장에게 광주신세계 지분을 몰아줘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를 요청했다.
재계에서는 검찰 수사에서 신세계의 주장대로 결백이 입증된다면 정 부사장의 경영권 확보 작업이 무난하게 이루어지겠지만 반대 경우 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도 전통적으로 경영권을 형제가 계승하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지난해 총수 일가 비리가 터진 뒤 경영권 승계 작업이 답보돼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만들어 전문 경영인체제로 계열사를 운영하고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영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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