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사고 손배소 동분서주

기억에서 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는 항공기 사고 관련 피해자들을 대리해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두 법무법인(로펌)이 항공사를 포함한 거대 조직에 맞서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지난 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KAL) 추락사고의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정동국제와 지난해 김해에서 발생한 중국민항기 사고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법무법인 충정이 그 주인공.

대한항공 괌 사고 소송을 맡고 있는 정동국제의 박치범 변호사는 최근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지난 97년 8월 228명의 목숨을 앗아간 괌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UNTSB)의 기존 조사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는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항공당국은 해상으로 추락할 뻔 했던 에어뉴질랜드 소속 보잉 767 항공기를 조사한 결과 착륙장치의 결함을 발견, 이것이 괌 추락 KAL기를 비롯한 전세계 항공기 사건 40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이달 초 발표했다.

한편 이와 함께 지난 5월에는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없다며 변론종결 결정을 내렸던 재판부가 원고측의 기체결함여부에 대한 의문을 수용, 다음달 중순을 감정기일로 정하고 기체결함 여부를 살필 전문가를 부르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의뢰인 102명을 대리, 지난 2000년 8월 미국의 보잉ㆍ록웰콜린스사와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서울지법 민사28부)을 낸 후 2년을 끌어오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뉴질랜드항공청의 발표로 기존에 우리가 제기했던 기체결함에 대한 주장이 근거가 있다는 것이 인정됐다"며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와 계기착륙장치 등 부품을 공급한 록웰콜린스사의 책임여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재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경상남도 김해시 돗대산 정상에 추락해 129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을 대신해서는 법무법인 충정이 먼저 나섰다.

충정은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사망자 및 부상자 가족 49명을 대리, 중국 국제항공공사와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지난 10월 초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충정의 김주원 변호사는 "국내에서 사고를 낸 외국 국적기를 상대로 국내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상 첫 사례로서 새로운 선례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재판 절차는 기본적으로 국내법이 적용되겠지만 지난 97년 KAL기의 괌 추락사고, 2000년 프랑스 파리 인근에 추락한 뉴욕행 콩코드 여객기 사건 등의 전례에 비추어 국제법적인 요소를 가미해 결정된다.

사고원인이 조종사 실수나 기체결함으로 확정될 경우 배상금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설교통부에 설치된 항공사고조사위원회는 오는 11월 중 공청회 등을 열고 사고원인 분석을 연말까지는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수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