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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벼랑에선 제약업계] 대형업체도 흔들... 외국계 득세 우려
입력2000-07-23 00:00:00
수정
2000.07.23 00:00:00
김태현 기자
[심층진단/벼랑에선 제약업계] 대형업체도 흔들... 외국계 득세 우려연간 4조7,000억원대를 시장을 형성해온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바로 의약분업이란 초특급 태풍에 만나 좌초 당할 처지인 것이다.
다음달 1일 의약분업의 본격 실시로 일단 약의 전체 소비량이 30% 이상 감소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案에 따르면 대체조제 마저 거의 불가능, 오리지날 약 없이 거의 카피(복제) 약을 생산해온 국내 제약산업은 그야말로 설자리가 잃게 된다.
때문에 의약분업 시행은 곧 중소제약사 뿐아니라 일부 대형업체들까지 문을 닫게 하는 사태를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0년내에 대형 제약사 10여곳 정도만이 겨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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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기인가 국회의 약사법 개정안은 사실상 대체조제를 불가능하게 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사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지역별로 600여개 품목 안팎의 「상용의약품 목록」을 만들어 이 범위안에서만 처방과 조제가 주로 이뤄진다.
상용의약품 목록에서는 대체조제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목록외에 품목이 처방 될 경우 대체조제가 가능하나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업계 분석. 따라서 상용의약품 목록에 오르지도 못한 많은 제약사들의 품목은 판로가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상용의약품에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제약사의 제품 즉 오리지널 약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의사단체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공공연히 오리지널 위주의 처방을 밝힌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실시한 약효동등성 시험에서 기준이 된 대조약의 구성을 보면 이같은 주장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총 583개의 약동성시험 대조약 중에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약이 275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의료보험연합회 자료를 바탕으로 추려낸 다빈도 처방약이 254개 품목이 포함됐다.
따라서 상용처방약 목록에 오리지널이 대부분 채택되고 나머지는 10개 이내의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다빈도 처방약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GMP 시설을 갖추고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는 221곳. 이들 업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중 전문의약품은 5월말 현재 1만7,000여종에 이른다. 이중 의약분업시 대체조제를 위해 약효동등성시험 완료품목은 2,689개 품목. 하지만 600여개의 상용의약품 목록에 들지 못하면 사실상 판로가 차단되고 국내 제약업체 절반 이상은 문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제약시장은 외국계 업체들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업체는 25곳 정도. 이들은 이미 국내점유율이 20%육박한다. 일부에선 지금도 30%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국내사들이 매출실적을 부풀려 발표해 외국계 업체의 점유율이 이 정도에 그친 것이라고 말하고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되면 이런 점유율마져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사 관계자는 대만의 경우를 들어 국내 제약산업의 위기을 점친다. 그는 『대만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오리지널에 대한 소비만 몰려 자국내 제약업체들 대다수가 문을 닫았다』고 말하고 『현재 대로 의약분업이 시행된다면 6개월을 고사하고 한두달도 안돼 문닫는 업체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산업의 붕괴로 인한 문제점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시장을 외국계 회사들이 점령은 곧 국민의 건강마져 위태로워 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들은 『같은 약이라도 선진국 보다 후진국이 훨씬 비싸다』며 이를 「약값 정글의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5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모회사 대표는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한다면 국내 시장은 외국계 회사들의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등 횡포를 부릴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장 국민의 의료비 부담의 증가가 예상된다. H사 관계자는 『오리지널의 약값이 국내제품보다 30~50% 비싸다』며 외자사들의 약이 쓰이면 의료보험 재정의 악화는 물론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약보다는 약효가 같은 복제약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문제점들
제약업계는 임의조제를 막기위한 낱알판매 금지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낱알판매 금지는 업체들에게 지금의 100알 등 덕용포장 대신 소단위 포장을 요구한다.
이에대해 업체들은 시설 교체에 따른 비용은 물론 생산비나 자재비가 추가로 더 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의약분업으로 업계가 추가도 들이는 비용이 7,000억원대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개별의약품 식별표시 및 약효동등성 시험으로 1,800억원, 당의정 식별표시로 3,600억원, 소포장 공급 관련 비용으로 1,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또한 상용의약품의 목록을 지역별의약분업협력회의가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에 자사 제품이 포함되도록 하기위해 의약사를 대상으로 로비가 기승을 부려 유통질서 마져 흐려질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현기자THKIM@SED.CO.KR
입력시간 2000/07/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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