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김미영(45)씨는 속절없이 떨어지는 원ㆍ달러 환율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3월 달러당 원화가치가 1,600원에 접근했을 때 가입한 외화정기예금 평가잔액이 6개월 만에 25%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친구들은 주가지수 급등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김씨는 외화예금 투자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원화가치 강세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초 외화예금에 가입한 고객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3월 초 달러당 1,597원을 연중 고점으로 계단식 하락을 이어가다 현재 1,200원선 아래로 떨어져서다. 이 기간에 달러가치는 25%나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1,025포인트에서 1,695포인트로 65%나 급등해 원ㆍ달러 환율 흐름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외화예금 가입자들이 달러가치 급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으면서 은행들의 외화예금 잔액도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 시중은행 외화예금 잔액은 달러강세와 함께 꾸준히 증가했지만 7월부터 원화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한은행 외화예수금 잔액은 올 1월 44억4,300만달러에서 7월에는 52억9,100만달러까지 크게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이달 23일 기준 51억9,1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은행 외화예금 잔액도 2월 23억9,000만달러에서 7월에는 33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23일에는 26억2,000만달러로 감소했다. 기업은행 외화예금 잔액도 7월 말 2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달 23일에는 18억9,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외화예금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원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화와 엔화의 리보(Libor)가 역전되면서 달러캐리트레이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 4ㆍ4분기 평균 원ㆍ달러 환율이 1,17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은연구소는 24일 '달러캐리트레이드의 부상과 달러화 약세' 보고서에서 미국의 저금리 및 풍부한 유동성, 위험회피성향 완화 등으로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 연구소는 "9월 중순 이후 3개월 달러 리보는 0.3% 이하에서 형성되는 등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이 제로금리를 선언한 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를 매도해 고수익 자산을 매입하는 경향이 뚜렷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화예금의 90% 이상이 달러예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약세에 따른 외화예금 감소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 유동성 흡수 등 정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원화가치는 강세를 이어갈 것이고 이 경우 개인들의 외화예금 기피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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