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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그룹 경영권 분쟁 '배경과 전망'
입력2005-07-22 03:01:29
수정
2005.07.22 03:01:29
형제간 가족간 끈끈한 가족애를 발휘하며 성공적인 공동경영모델로 칭송받던 두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을 둘러싼 진흙탕싸움에 휘말렸다.
두산그룹이 창업 3세대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내홍에 빠짐에 따라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제4세대로의 지분이양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 됐으며 그룹 경영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 두산 경영권 분쟁 배경 =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형제간 불화가 박용성 회장의 전격적인 그룹 회장직 승계를 계기로 회복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악화됐기 때문으로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두산그룹내 이상기류는 박용오 명예회장이 올해 초부터 두산산업개발을 그룹에서 떼어내 자신과 아들들에게 달라고 요구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은 박용오 회장의 이런 요구를 거절했으며 이 때부터 두산산업개발을 둘러싼 가족간 대립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박용곤 명예회장 등은 박용오 회장의 지분율이 0.7%에 불과한 데다 계열 분리가 선친인 박두병 초대회장의 `공동소유, 공공경영'의 원칙과 그룹 전체의 이익에도 배치된다는 이유로 박용오 회장의 독립요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용오 회장이 이후에도 계속 두산산업개발을 요구하며 파열음을 내자 마침내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회장에게 넘겨주고 박용오 회장은 2선으로물러나도록 했다.
회장직 이양은 두산산업개발 양도 거부로 불만이 누적된 박용오 회장의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가 됐고 이에따라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분리독립을 요구한 것은 두산 제 4세대로의 지분이동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이 소외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용곤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씨가 최근 사실상 지주회사인 ㈜두산의 지분도 0.12% 확보한 것을 비롯, 박용곤, 박용성 회장의 자제들이 ㈜두산의 지분을 늘려가며 제4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해 박용오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신전자 대표는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두산과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등 제4세대 경영구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두 아들이 제4세대 경영구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에따라 박용오 회장은 안전판 마련을 위해 두산산업개발 독립경영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과 다른 형제간 갈등의 `불씨'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41)씨가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재직중이던 2000년께 `벤처의 길을 가겠다'며 보유하고 있던 두산 계열사들 지분을 모두 처분, 계열사에서나가 CCTV 등 제조업체인 IT기업인 ㈜전신전자를 인수했으나 전신전자가 계속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
이 과정에서 아버지인 박용오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두산 계열사 지분들을 그때그때 처분, 경원씨를 지원했으나 사업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두산산업개발이 고려산업개발을 흡수한 이후인 지난해말 경원씨가 지인들과 함께 두산산업개발 인수.합병(M&A)을 시도했고 이러한 사실이 올 초 가족회의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최고 어른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가족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박용오 회장에게 M&A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경고했으나 박회장은 좀처럼 의사를 굽히지 않으며 `그렇다면 두산산업개발이라도 분리해달라'를 요구, 7월 초 가족회의에서 박용성회장 체제 및 박용오 회장 퇴출을 결정했다는게 두산그룹측 설명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가 ㈜두산, 두산산업개발, 두산중공업 등을 축으로 한 순환출자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할 경우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두산으로서는 두산산업개발 분리는 생각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한편 박용오 회장이 제기한 박용성 회장의 해외 밀반출 의혹과 관련, 그룹측은"박용오 회장 시절인 4년전쯤 대주주 및 계열사들이 인수한 MPI라는 미국계 바이오기업의 식물성장 촉진제 개발 비용으로 들어간 돈일 뿐"이라며 "임상실험 한 회당 3만 달러 정도가 투입되며 이 회사는 내년부터 `대박'을 기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박용오 명예회장 퇴출과 그룹 경영구도 변화 전망= 두산측이 박용오 명예회장을 퇴출키로 함에 따라 그가 갖고 있는 ㈜두산 대표이사 회장,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직에서도 퇴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용오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두산산업개발 상무 역시 경영에서 배제될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은 21일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서원천 무효"라고 반박하는 등 `항전'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박용오 회장측 지분은 ㈜두산 1.8%, 두산산업개발 0.7%에 불과해 사실상 맨손으로 저항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박용오 회장측 지분은 상당부분 장남이 경영하는 ㈜전신전자의 경영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배제되면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박용성 그룹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제4세대 경영구도에서도 박용오 회장측 자제들이 배제되면서 박정원 ㈜두산 BG사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측은 앞으로도 계속 `공동소유, 공동경영'을 축으로 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박용오 회장과 그 자제들이 빠진 가족회의가 예전과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편 두산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틈을 타 외부세력이 지분매입 등을 통해경영권에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두산측은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 대주주들이 모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을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두산그룹 `위기탈출' 비상 = 두산그룹은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페놀 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진흙탕 싸움으로 그룹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을 뿐 아니라 진정서 등에 언급된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이에따라 21일 심야에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권 다툼으로 기업운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경영안정과 업무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한편 매출,수익 등 경영성과 제고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이미지 하락 등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열심히 해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하는 등 기업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 연합뉴스) 신삼호 송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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