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양대 산맥 KT와 SK텔레콤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올 7월부터 결합상품 판매가 허용되면서 통신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통부는 7월부터 KT나 SKT같은 시장지배적 통신업체도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시내전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 저렴하게 팔 수 있지만 시장 지배력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경쟁업체도 지배적 사업자의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매력적인 상품이 없는 업체는 경쟁업체의 상품을 빌려서 결합상품을 만들 수 있다. 결합상품을 출시하면 가입자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어 요금절감 효과는 크다. 하지만 서비스를 해지하려면 동시에 모든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해야 한다. 결합 상품의 출시 자체가 해지 방어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SKT, 하나로텔레콤을 파트너로 택할 듯=SKT는 결합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통신서비스를 두루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동통신시장에서는 50%의 점유율로 절대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우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입자 확보 및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와 다른 경쟁력 있는 상품을 묶어서 판매한다면 가입자 유지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SKT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초고속인터넷과 결합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SKT가 경쟁사(KTF, LG텔레콤)와 관계가 있는 KT나 LG파워콤과 제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하나로텔레콤이 가장 유력한 제휴 대상으로 꼽힌다. 이동통신시장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SKT와 하나로텔레콤이 제휴를 맺는다면 양쪽 모두 비교적 적은 비용에 가입자 해지 방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T는 하나로텔레콤 뿐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자 자격을 획득한 종합유선방송사(SO)와도 협력할 수 있다. 이통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결합상품을 만들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KT, 시내전화로 고민=KT는 시내 전화시장에서 90%,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확보한 절대 강자다. 하지만 결합상품 판매가 본격화되면 이렇게 높은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KT가 시내전화를 중심으로 결합상품을 만들 경우 다른 서비스 분야로 KT의 지배력이 옮겨갈 수 있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메가패스TV 등 신규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면 KT는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내전화를 결합상품으로 출시할 때 SKT가 시내전화 서비스에 대해 동등한 접근권을 요구하면 KT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 KT입장에서는 가입자 방어나 유치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시내전화의 판매경로가 확대되는 대신 자회사 KTF의 경쟁자인 SKT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시내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VoIP)로 옮겨갈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가입자 방어 차원에서 시내전화를 결합한 신규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KT는 시내전화를 묶은 서비스의 경우 경쟁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출시 시점을 조율하는 한편 초고속인터넷과 매가패스TV, 와이브로, KTF의 이동통신 서비스 등을 묶은 상품을 먼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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