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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거의 불가능한 얘기

제8보(152~200)


앞보에서 소개한 귀수(鬼手)를 구리가 놓친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수읽기로 소문난 구리가 그것을 놓친 이유는 무엇일까. "형편이 넉넉했기 때문이지요. 흑이 져있는 바둑이었다면 필사적으로 수를 읽었을 것이고 틀림없이 그 수단을 찾아냈을 겁니다."(윤성현) 바둑은 정말로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다. 형편이 넉넉하면 귀수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술렁술렁 두어도 너끈히 이기게 되어 있는데 그 누가 혼신의 힘을 짜내어 고통스러운 필살기를 강구하겠는가. 궁지에 몰린 자라야 혼신의 힘을 짜내는 법이다. 가난한 자라야 험악한 일을 하는 법이다. 목숨이 경각에 놓인 자라야 처절한 기도가 터져나오는 법이다. 구리가 형편 넉넉한 자의 여유를 보여주었는데 반대로 형편이 매우 곤궁한 이창호는 다른 것을 보여주었으니…. 구리의 흑59,61은 선수끝내기에 해당한다. 손을 빼면 우변의 거대한 백대마가 패에 걸린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창호는 손을 빼었다. 처절한 기도였다. 백62로 좌변의 흑대마를 위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리는 63 이하 65를 선수로 두어치우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참고도의 흑1로 이으면 백2로 공격당하여 조금 시끄럽게 된다. 구리는 아예 67로 확실하게 살아 버렸다. 백80 이하 84는 반면 최대의 끝내기. 드디어 흑85로 패가 시작되었다. 무려 40집에 해당하는 큰 패. 이 패를 백이 아무 희생 없이 이긴다면 백승이다. 그러나 10집짜리 희생이라도 지불하면 흑승이다. 과연 이 패를 백이 무사히 이길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한 얘기지요."(윤성현) 거의 불가능한 일에 지금 이창호가 도전하고 있다. (90, 96…60. 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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