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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가지치기 이번엔...

5대그룹이 계열사 수를 30~40% 줄이고 핵심사업중심으로 재편하는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비주력이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계열사는 통폐합·매각 또는 정리해 주력업종별 소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부채를 끌어들여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5대그룹이 스스로 계열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지부진하던 기업구조조정이 이제야 돌파구가 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도 갖게한다. 계획대로라면 5대그룹의 계열사 총 100여개가 정비될 전망이다. 그러면 대기업의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재벌기업의 과다부채와 과잉투자가 시정돼야 우리 경제가 회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부실계열사 정리 차원에 그쳐서는 안된다. 산업별 부문별 국제경쟁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큰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재벌정책의 기본방향을 업종전문화로 잡은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정부가 다른 업종간의 상호지급보증을 연말까지 해소하도록 한 것도 업종전문화를 겨냥한 것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어떤 업종을 특정 기업에 맡기는 식은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지만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있는 몇개 분야에 집중토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그것은 장래를 위해서나 국가경제를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5대그룹이 이 계획을 약속대로 실현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가 정부의 재벌개혁의지가 느슨해지면 유야무야된 사례가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계열사를 줄이고 문어발을 자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계열사는 늘어나기만 했던게 사실이다.따라서 앞으로의 이행여부가 관건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하는 정부의 여건 조성노력 및 강력한 정책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최근 단시일내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는 성급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듯이 기회가 왔을 때 속결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다만 무모하게 서두르다 보면 결국 되는 것이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당사자인 기업들이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만큼 원칙을 지키는 범위내에서는 이(異)업종간 상호지보해소 등에서 융통성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급보증의 일부를 금융기관의 출자로 바꾸도록 허용하면서 경영성과가 좋으면 해당 기업의 경영권유지를 보장한 것은 채찍과 함께 당근을 쓴 좋은 예다. 구조조정특별법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 제도정비를 서둘러야할 것이다. 때마침 불어온 신3저(新3低)순풍도 기업 구조조정이 올해내로 매듭지어져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5대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구조조정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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