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핵심 일선퇴진…세대교체 예고

삼성그룹이 13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세대 교체의 전주곡`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전면적인 물갈이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핵심 계열사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카드 부분의 수술과 금융 부분의 조기 재편을 준비하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대 교체의 서막= 인사를 앞두고 삼성 안팎에서는 향후 구조조정본부 체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구조본 대부분의 팀장들이 사장 승진을 앞둔 부사장급들로 구성돼젾瓦?渶?내려가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1-2년 내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결과적으로 이 본부장이 현 직책에서 일단 부회장에 오르고, 김인주 구조본 재무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완충장치를 두는 것으로 매듭됐다. 그룹 관계자는 “성장 동력이 더 필요하고 대선 자금 문제 등이 걸려 전면적인 세대 교체에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본은 대신 김인주 사장을 중심으로 조직과 업무분장을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계열사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이윤우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부회장(종합기술원장 겸임)의 경우 현장을 떠났다. 한용외 사장이 문화재단 사장으로 옮긴 것,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이 삼성BP화학 사장으로 옮긴 것도 실적과 세대교체를 위한 동시 포석이다.

하지만 내년 인사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염두에 둔 보다 전면적인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본 앞으로= 구조본의 약진은 예년을 훨씬 능가했다. 박근희 구조본 경영진단팀장이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또 다른 백미다. 일부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추진의 산파역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구조본 출신으로 외곽에 돌던 이창렬 삼성중공업 부사장도 일본 삼성 사장으로 승진했다.

◇`테크노CEO` 중용= 인사에서는 또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 사장이 반도체 총괄 사장으로 승격돼 주목을 받았다. 또 최지성 가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상완 AMLCD 사장이 LCD 총괄 사장을 맡는 등 삼성전자에 `신 트로이카 체제`가 정립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계열사 사장들이 겸직했던 삼성전자 CTO(기술담당 최고책임자)에 임형규 비메모리 사장을 앉히는 등 `테크노 CEO`들이 중용됐다.

<김영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