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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사진) 삼성그룹 회장이 다음달 초 독일과 헝가리ㆍ폴란드 등지의 현지법인과 공장을 순방하는 유럽 현장경영을 통해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을 재점검한다. 20일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는 4월 초께 보름 안팎의 일정으로 삼성 구주전략본부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헝가리ㆍ폴란드 등을 방문, 삼성의 유럽공략 진척상황 등을 점검한 뒤 현지에서 전략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당초 이번 유럽 방문기간 중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미술관 등 각종 문화시설을 관람하는 일정을 검토했으나 빡빡한 출장일정 때문에 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이번 유럽 순방기간 중에는 특히 삼성전자가 백색가전과 디지털가전, 휴대폰 제품의 디자인을 연구ㆍ개발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설립하는 ‘디자인 연구소’ 개소식이 포함돼 있어 이 행사에 참석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은 올해 ‘명품의 원산지’인 밀라노에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 ‘명품 브랜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회장의) 이번 유럽 지역 순방의 최대 화두는 바로 디자인 경영이 될 것”이라며 “이 회장은 현지 전략회의에서 차별화된 디자인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야만 고급 시장인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방문일정에 포함된 헝가리 인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ㆍ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의 현지법인과 공장이 밀집해 있으며 폴란드는 유럽 지역 연구개발(R&D)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라며 “생산거점인 동유럽과 소비시장인 서유럽 시장을 한꺼번에 직접 둘러보는 것 자체가 이 회장이 유럽시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9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방문했으며 삼성은 당시 현지에서 가진 ‘전자 사장단 회의’를 통해 올해 유럽 지역에서의 매출을 지난해(160억달러)보다 25% 정도 늘어난 2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96년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언한 후 그동안 차별화된 ‘삼성 디자인’ 구축을 줄곧 강조해왔으며 지난해에는 이 회장 자신이 홍콩 디자인센터와 홍콩 산업기술통상부가 공동 주최하는 ‘디자인경영자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이번 유럽 방문은 삼성이 유럽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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