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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한미은행 주인 바뀌나] `칼라일 연합군` 결속력이 변수
입력2003-08-10 00:00:00
수정
2003.08.10 00:00:00
조의준 기자
“스탠다드차타드가 지분 7%만 더 매입하면 한미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 6일 영국의 4대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한미은행 지분 9.76%(1,982만주)를 사들인 직후 이같이 분석했다. 현재 한미은행 최대주주는 칼라일컨소시엄으로 36.6%(6,540만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무려 26%의 지분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이 애널리스트가 10%의 지분만 더 있으면 된다고 단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칼라일컨소시엄의 특수성 때문이다. 칼라일컨소시엄은 10여개의 펀드들로 구성된 느슨한 `연합군`에 불과하다. 이들은 오는 11월 정부와 약속한 지분 의무보유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개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컨소시엄안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펀드는 칼라일-JP모건 펀드(펀드명 KAI)로 15.94%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펀드들은 많게는 3%, 적게는 1% 내외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KAI펀드와 스탠다드차타드의 지분율 차이는6.18%포인트에 불과하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오는 11월 이후 칼라일컨소시엄의 일부 펀드로부터 그 만큼만 지분을 인수하면 사실상 한미은행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것이다.
◇칼라일컨소시엄 결속력 약해=벌써부터 프리웨이(지분율 3.52%), 스칼렛(3.28%) 등의 컨소시엄내 각 펀드들은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컨소시엄이 투자를 목적으로 이뤄진 펀드들의 연합체이다 보니 주식 의무보유기간인 11월을 앞두고 투자차익을 거두기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00년 투자 당시 주당 6,800원에 주식을 매입했고 현재 주가는 지난 9일 종가를 기준으로 10,100원에 이르러 벌써 48%의 투자수익을 올린 상태다.
더욱이 11월 이후 칼라일컨소시엄의 각 펀드들이 앞 다투어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한미은행의 주가가 물량부담으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측이 의외의 싼값으로 한미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0년 칼라일컨소시엄이 4,447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가져간 것과 비교하면 스탠다드차타드는 상대적으로 싼값인 약 3,000억원대의 돈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속보일라`조심=이처럼 팔만 내뻗으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탠다드차타드는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9.76%`라는 지분율이 바로 이 같은 스탠다드차타드의 `전략적 위치 선정`을 상징하고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10%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 매입 목적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10% 미만일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사실 스탠다드차타드는 그동안 한국의 대금업과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사업`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다. 따라서 한미은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9%대의 지분만을 확보해 소매금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즉 스탠다드차타드는 한미은행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아니면 현 상태에서 제휴를 추진하는 등 두 가지 선택이 모두 가능한 위치를 일단 선점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의도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경영권 인수 가능성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 대주주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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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명 | 소유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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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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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터드 |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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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DWICK |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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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WAY |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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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RLET |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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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출납원 |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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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L-TOSCA |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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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 INVEST |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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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 |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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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MCB-SCHRO |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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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한미은행 지분매입을 계기로 주목받고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전세계 50개국에 500여개의 지점을 거느린 다국적 금융그룹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과 관련해 SK글로벌 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의 주간사를 맡아 채권전액회수 카드를 꺼내드는 대표적인 강성파 은행으로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우리나라에 진출한 가장 오래된 외국계 금융기관 중 하나다. 지난 19세기말 개항과 함께 인천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1910년 한일합방과 함께 사무실은 폐쇄됐다. 그후 1968년 한국전쟁 후 유럽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지사를 열고 영업을 개시해 국내 금융시장에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금융계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특히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에 투자하면서도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건전한 금융자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례로 스탠다드차타드는 중국 1858년, 싱가포르 1859년, 말레이시아 1875년 등 지난 19세기 말에 아시아 각국에 사무소를 개설한 후 현재까지 대부분의 사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탠다드차터드는 제일은행의 뉴브리지, 한미은행의 칼라일 등과는 달리 투자차익을 노린 펀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만약 한미은행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다면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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