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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경선자금 새 ‘뇌관’으로
입력2004-02-25 00:00:00
수정
2004.02.25 00:00:00
박정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선자금으로 `십수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아 즉각적인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파장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노 대통령 발언이 던져주는 문제점 중 첫째는 노 대통령측이 2001년과 2002년에 정치자금법상 모금한도(선거 있는 해 6억, 선거 없는 해 3억)를 넘어 불법적으로 돈을 거뒀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는 점이다. 현행 법상 노 대통령은 2001년에 3억원, 2002년에 6억원 등 모두 9억원의 돈을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2001년3월부터 2002년 4월 사이에 이미 수십억원을 썼다고 자인했다. 따라서 이 돈 중 최소한 9억원을 넘는 부분은 불법적으로 거뒀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자금 출처나 모금 방법, 대선자금 전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부산 북ㆍ강서 을 지구당위원장이었던 노 대통령이 2001년과 2002년 지구당 후원회 명의로 선관위에 신고한 수입액이 각각 3억687만원과 5억9,420만원에 지나지 않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 2001년의 경우 후원회가 지구당에 넘긴 돈은 9,111만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십수억원`과 괴리가 있는 나머지 수억원의 선관위 신고 여부와 출처, 용처에 대해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한도에 꿰맞추기 위한 축소 신고 의심도 든다.
야당은 당장 “노 대통령과 안희정씨가 썬앤문 대우건설에서 각각 받은 5,000만원의 불법 경선자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경선자금 입ㆍ출구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이날 토론 후 참석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솔직히 얘기하라고 해 그동안 비밀로 해왔던 것을 꼬여서 얘기하게 됐다”며 발언이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나름대로 의도된 얘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 함께 참여했던 한화갑 이인제 의원의 불법 자금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편파수사와 정치보복 시비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도덕적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털 것은 털고 가자”고 맘먹었으리라는 얘기다.
<박정철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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