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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 한다고 잊혀지나요"

홍제동 화재 참사 5주기…유족근황

"잊으려 한다고 잊혀지나요. 그냥 잊은 척 사는거지요" 젊은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홍제동 다가구주택 화재 참사가 4일로 5주기를 맞는다. 이들을 한 순간에 떠나보낸 유족들은 죽을 만큼 그리움에, 안타까움과 원망스러운 마음에 숱한 세월을 보냈으나 이제 "산 사람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남들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박동규 소방장의 아내 이나영(48)씨는 "몇 년 동안 밥 먹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 의욕 없이 지냈더니 어느 순간 `나까지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랑스러운 남편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힘을 내고 있어요"라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이씨는 "남편이 없는 대신 아들, 딸과 모든 문제를 의논하고 생활도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지만 이내 "잠자리에 눕거나 일어날 때, 갑자기 혼자 있을 때는 남편생각이 많이 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고 장석찬 소방사의 아내 천순자(39)씨도 "아들, 딸 모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고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남편 옷이나 유품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 박상옥 소방교의 아내 김신옥(33)씨 또한 "당시에는 어떻게든 시간이 빨리흐르길 바랬는데 딸 지혜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걸 보니 정말 세월이 빠르다"며 "나는 괜찮은데 지혜가 아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가슴아파했다. 고 김기석 소방교의 아내 조복수(45)씨는 지난해 11월 남편과 자신의 시를 담은 공동시집 `나눔'을 출판했다. 조씨는 "아이들이 아빠를 그리워할 때마다 `사람은 모두 죽는데 아빠는 좋은 일로 돌아가셨으니까 열심히 살자'고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험한 세상 살아 남으려면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꿋꿋이 버틴다"며 어머니의 강인함을 보여줬다. 또 다른 희생자인 고 박준우 소방사의 어머니 김원숙(64)씨는 "하늘나라에 가면다시 만난다는 희망을 가지고 산다. 불을 끄려고 목숨을 아끼지 않은 내 아들이 장하다"고 말했고 고 김철홍 소방교의 어머니 김순례씨는 지난해 향년 78살로 세상을떠났다. 이처럼 유족들은 정신적인 상처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점점더해지고 있다. 홀로 자식을 키워야 하는 미망인에게 매달 주어지는 생활비는 70만원 정도로 자녀가 두 명이면 15만원, 세 명이면 30만원의 양육비를 얹어 주지만 자녀가 한 명이면 이마저 주지 않아 대다수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홍제동 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관의 처우는 급격히 개선됐다. 정부는 250억원을 들여 방화복 등 개인안전장비를 보강하고 순직 소방공무원의국립묘지 안장대상을 확대했으며 2010년까지 소방인력 1만3천467명 증원, 순직유족보상금 인상, 경찰병원과 국공립병원에 소방공무원 전문치료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다. 홍제동 화재 참사는 2001년 3월4일 오전 3시45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선모(69.여)씨의 2층 다가구 주택에서 불이나 건물이 무너지면서 진화 작업중이던 소방관 9명이 건물더미에 매몰돼 6명이 숨진 사고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재와 구조ㆍ구급 현장에서 소방관 24명이 숨지고 877명이 부상, 한 해 평균 4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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