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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김기덕은 누구인가
입력2004-09-12 04:40:39
수정
2004.09.12 04:40:39
초졸 학력으로 최고의 감독 자리에 올라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3대 영화제중 한 해에 두 곳을 석권한 김기덕 감독(44)은 내놓는 영화 마다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감독이다.
열광적인 지지자들은 그를 '아웃사이더들의 수호자', '몇 안되는 한국의 작가감독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그의 영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물과구성이 단순하고 여성비하와 폭력성이 지나치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그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다작(多作)하는감독이라는 것. 96년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만 8년 동안 11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것은 김 감독이 한국의 감독 중 유럽에서 가장 열렬한 지지를 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해외에서 가장 많은 호평을 받는 한국 감독 = 김기덕 감독은 유럽을 비롯해세계 영화인 사이에서 가장 높은 지명도와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주요 영화제의 초청작이 발표될 때면 김 감독의 영화는 빠짐없이 물망에 오르내린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감독은 '사마리아'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을 비롯해 '섬과'과 '수취인불명'을 2000년과 2001년에 베니스 경쟁부문에 출품했고 2002년에는 '나쁜 남자'로 베를린에 진출하는 등 2000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세계 3대 영화제의 경쟁부문에서 관객을 만났다.
김기덕 감독의 인기는 최근에는 유럽뿐 아니라 미주 지역에까지 퍼지고 있다.
개봉 후 현재까지 22주 동안 상영되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관람객수 30여만명, 흥행수입 230만 달러(한화 약 29억6천만원)를 돌파했다.
▲밑바닥부터 훑어온 삶의 궤적 = 그의 영화 이력에서 다른 한국 감독과 구별되는 점은 한번도 정식 영화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태어난 김 감독은 중학교를 다니다 학교 생활을 그만뒀으며 이후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제대 후 그는 인격이나 능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일자리를 찾아봐도 초졸 학력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 없었던 것. 결국 서른살 무렵인 1990년 그림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고 그곳에서 정식 학교에 등록하지 않은 채 미술 공부를 한다. 이후 2년여 간의 유럽 생활은 그의 영화에 '강렬한 미장센(화면구성)'이라는 장점으로 드러난다.
▲강렬한 미장센과 '밉살스러운' 주인공 = 김기덕의 영화에 대한 찬사 중 하나는 강렬한 상징성을 담고 있는 미장셴에 관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즐겨했던 그의 재능이 프랑스에서의 미술 수업을 거쳐 영화에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데뷔작 '악어'에서 보여준 바닷속 거실은 일찌감치 그의 영화를 발견한 사람들에게는 지울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 '빈 집'에서도 주인공 선화(이승연)가 남편과 포옹하면서도 반대편에서 태석(재희)과 키스를 나누는 화면은 충격과 여운을동시에 주면서 영화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다른 한 가지는 부랑자('악어')나 살인자('섬', '봄여름…'), 패륜적인 혼혈아('수취인불명'), 전쟁광 군인('해안선'), 포주('나쁜남자') 등 사회의 제일 밑바닥에 있는 그 '밉살스러운' 남자다.
흔히 그의 페르소나 조재현의 모습으로 남아 있고 김기덕 감독의 분신으로도 느껴지는 이 남자는 천박함과 비열함, 야비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지지자에게는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악어'에서 '빈 집'까지 = 그가 영화계에 몸담은 것은 94년 '화가와 사형수'가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이후 그는 96년 주류 질서 바깥으로 밀려난 밑바닥 삶을 다룬 '악어'로 데뷔한 뒤 이듬해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선보인다.
김 감독은 98년 작 '파란 대문'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상반된 삶을 사는 창녀와 여대생이라는 두 주인공을 내세운 이 영화는 베를린, 모스크바, 카를로비 바리 등 세계 2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유럽 영화인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섬'(99년), '실제 상황'(2000년), '수취인불명'(2001년) 등 비교적 적은예산으로 1년에 한 편 이상씩 작업해온 그는 2001년 평단의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나쁜 남자'를 선보인다.
사창가의 건달과 그로 인해 매춘부가 된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여성비하'라는 비난과 '독자적 영역을 재확인시켜준 걸작'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그의 영화 중에서는 가장 좋은 흥행성적(서울 29만5천600명)을 올리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해안선'(2002년)은 톱스타 장동건을 출연 시켜 화제를 낳은 영화.
김 감독은 지난해 내놓은 '봄여름…'에서는 종교적 색채로 삶에 대한 관조를 담아냈으며, '누구든 죄 없는 사람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서 구절에서 출발하는 영화 '사마리아'에서 보여준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는 11번째 영화 '빈 집'에서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여배우 이승연을 캐스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베네치아=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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