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의 눈/9월 8일] 공허한 불법 외환선물거래 대책
입력2010-09-07 14:06:00
수정
2010.09.07 14:06:00
얼마 전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힘이 없었다. 주식투자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나름대로 환율 공부도 하고 거시 경제 흐름도 유심히 살피면서 외환선물(FX마진) 거래를 했는데, 수 천 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한 숨을 쉬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증권 담당 기자라서 더 잘 알겠지만 FX마진거래는 함부로 달려들 게 아니니까 개인들에게 위험성에 대해서 널리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만시지탄인 셈이다.
평소 만나본 금융당국의 FX마진거래 담당자들도 기자의 지인과 같은 개인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에서 상당한 손실을 기록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만 있을 뿐 뚜렷한 해법은 안 갖고 있었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계속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물론 국내 FX마진거래의 지렛대효과(leverage)를 낮춰서 공인된 시장에서 투기적인 성격을 줄일 수는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FX마진거래의 증거금을 2%에서 5%까지 상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방책 중 하나였다. 증거금 상향 조정에 FX마진거래에 대한 수요가 주는 듯 했다. 그러나 한 곳을 억누르니 다른 문제가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증거금을 높이자 정규시장보다 증거금을 훨씬 낮춰 투자자를 유혹하는 불법 사이트들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된 것이다. 사이트 폐쇄 조치에 나서도 며칠 뒤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한 탕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FX마진거래의 속성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이후 한 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불법 FX마진거래를 포함해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도 눈에 띄는 해법을 찾는데 실패한 듯 하다. 논의의 결과물인 보도자료에는 ▦무인가 업체 적발 불법사이트 폐쇄 ▦투자 유의 당부 등의 내용만이 담겨있다. 결국 투자자들이 스스로 FX마진거래 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닫고 불법 사이트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FX마진거래를 이제 와서 못 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확실한 대책 마련도 쉽지가 않고, 투자자들에게 경고 사인을 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금융당국자의 말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pao@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