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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를 만들자] 규제의 덫을 치워라

"소득 2만弗 첫관문은 규제완화"<br>참여정부 규제개혁 만족도 37.9%로 바닥권<br><br>금산법개정안·수도권정비계획등 되레 강화도<br>시장경제 흐름 왜곡말고 기업들 숨통 터줘야


5%대 성장, 35만~40만개 일자리 창출, 6%대의 설비투자 증가. 이는 정부가 제시한 2006년 경제 전망의 밑그림이다. 본격적인 시동도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장미빛 전망’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가 확연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좌승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모든 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수출이 늘어도 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상 역시 구조적 악재”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고유가, 고금리, 원화강세 등 신 3고(高)가 본격화될 경우 지난해 이상으로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목표대로 경제를 이끌어 가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은 지금 조용히 엎드려 있다. 좌 교수는 “경제는 명령으로 안 된다”며 “특히 규제는 시장경제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한 첫번째 관문은 규제완화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는 불확실성과 더불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경제분야 행정규제 4,383건 달해=지난 2002년 현재 경제 관련 행정규제는 4,383건에 달했다. 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에 비해 규제의 양(量)이 너무 많고, 지나칠 정도로 경색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은 본질적으로 커지기를 희망한다”며 “매출액이나 이익이 매년 줄어드는 기업은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혁신의 핵심 바로미터 중 하나는 규제완화다. 역대 정부가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규제 완화 체감지수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37.9%만이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신속한 후속조치에 대한 만족도는 15.3%에 불과했다. 좌승희 교수는 “관치경제란 관(官)이 최적의 자원배분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과신에서 비롯되는 것” 이라며 “참여정부 역시 이 같은 덫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규제완화=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해 11월 “지난 80년대 영국이 추진했던 ‘금융빅뱅’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금융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금융 영역의 칸막이를 허무는 진정한 의미의 금융빅뱅은 물 건너간 상태다.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2년 가까이 이 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결국 금융 전업주의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냈다.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법안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산법을 개정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해당기업은 인수합병(M&A) 위협으로 인해 보수적인 경영형태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제시한 제3차 수도권 정비계획 역시 공장의 신ㆍ증설 제한 등 기업 규제의 큰 틀이 바뀌지 않은 채 공공기관이 빠져나갈 지역에 대한 ‘보상용’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차원의 규제, ‘반(反)기업 정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성장을 통해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성장의 주체인 기업에 대해서는 반감이 크다. 이승철 본부장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기업으로 하여금 매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정당한 방식과 절차를 통해 특정 기업을 인수하려 해도 특혜시비 등 공연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해 예상보다 후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본부장은 특히 초ㆍ중ㆍ고교 경제관련 교과서에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내용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06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기업 활동 환경은 27위로 평가됐다. 이는 태국(20위), 말레이시아(21위)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처럼 민간기업 활동 환경이 좋지않은 데는 규제와 함께 반기업 정서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규제완화 통해 기업의 숨통 터야= 지난해 한국경제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성장, 일자리, 소득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의 경기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증대를 위한 시장 메커니즘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 또는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을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금융부문의 숨통을 죄고 있는 각종 규제부터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을 전국에 분산ㆍ이전하기로 결정한 만큼 기업들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 경기회복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특히 집단소송제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의 경영행위에 대한 사후적 문책근거를 마련했다면 신규투자를 틀어막고 있는 촐자총액 규제와 같은 사전적이고 원천적인 투자봉쇄장치는 2~3년 뒤가 아니라 당장 폐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권순우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각종 사전규제를 사후감독 방식으로 바꾸고, 출자규제의 예외허용이나 근로자파견업종 제한 등 허용행위 열거방식의 포지티브 시스템을 금지행위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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