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우(32)씨는 최근 A 이동통신회사로부터 황당한 고지서를 받았다. 휴대폰 분할 납부 대금을 내지 않아 채권추심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B 이통사에 가입해 있는 임씨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A 이통사에 문의한 결과 임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해 휴대폰을 구입한 민주영(17)씨의 할부대리인으로 나와 있었다. 할부 대리인이란 미성년자가 휴대폰을 할부로 구입할 때 법정대리인과 함께 할부금 납입을 보증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임씨는 추가적인 확인 과정에서 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경기도 부천의 이통사 대리점 사장이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미성년자인 민씨의 가입을 위해 김상호(38)이라는 사람을 법정대리인으로, 임씨를 할부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들 3명은 전혀 모르는 사이로 명의만 도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휴대폰이 개통됐다고는 하나 실제 사용자는 물론 이용요금도 발생하지 않은 ‘유령 가입자’인 셈이다. A 이통사에 따르면 이통사들이 본사 차원에서 지급하는 가입자 모집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명의 도용을 통해 휴대폰을 임시로 개통한 후 사라지는 ‘먹튀(먹고 튀는) 대리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같은 먹튀 대리점은 가입자 모집을 위해 엄청난 양의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명의 도용을 일삼고 있다. A 이통사의 경우 해당 대리점을 강제 정리했으나 대리점 사장은 이미 도피해 버렸다. 따라서 그동안 불법 또는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의 정보가 담긴 서류조차 사라져 제2의 피해도 우려된다. A 이통사의 명의도용 추적팀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이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목적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명의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최근 가짜 고객이나 명의도용 피해사례를 막기위해 신규 가입자에 대한 확인절차를 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국내 이통업체들이 대부분 가입자 모집에만 급급한 채 고객정보 보호와 명의도용 방지를 소홀히 하는 한 이런 피해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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