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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금융시장 충격… 지구촌 동반침체 불보듯
입력2002-08-15 00:00:00
수정
2002.08.15 00:00:00
■ 開戰경우 세계경제 파장워싱턴과 바그다드를 휘감은 전운(戰雲)은 한여름 국제 경제계에 서늘한 기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기업들의 회계부정사태로 미 경제가 다시 뒷걸음질을 치고, 이에 끌려가듯 세계 경기도 하락세를 보이는 불안 상황에서 전쟁은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날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단행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 투자자들의 신뢰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돼 불안 심리가 확산되거나, 최악의 경우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을 공격해 중동지역 전체가 전쟁터로 바뀔 경우 사태는 심각해진다.
만일 다른 산유국들이 반사 이익을 노려 감산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더라도 산유국에 불길이 치솟는 만큼 단기적인 유가 불안은 피할 수 없는 일. 유가 상승에 유독 민감한 우리나라 등 아시아의 수출의존국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게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전쟁이 단시일 내에 매듭지어진다면 피해는 최소화될 것이다. 이라크만 놓고 보면 산유량은 하루 200만배럴 수준으로 세계 석유 수급에 큰 차질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 이후 이라크가 개방체제를 도입하고 산유량을 늘린다면 장기적으로는 저유가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당사자인 미국의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인 파장은 보다 미묘하다. 이라크 공격에는 부시 대통령이 기업 회계부정 사태와 경기 둔화의 난국을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타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을 대외로 돌리는 한편, 무기산업 등 전쟁 특수를 일으켜 경제를 되살리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정(正)보다는 부(不)의 효과가 클 전망이다. 직접적인 부담 요인은 전쟁 비용.
지난 90년 걸프전 당시엔 611억달러의 비용 가운데 약 80%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이 내놓았지만, 이번엔 비용 부담도 모조리 미국의 몫. 재정적자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미 경제는 더 큰 짐을 각오해야 한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 90년 걸프전 발발 이후 미국은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다.
지금 같은 경기 둔화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미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W자형 침체(더블딥)로 빠지고 말 것이다.
결국 미-이라크전은 전개 양상에 따라 세계 경제에 약 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이 속전속결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라크에 개방 체제가 확립되면 이번 전쟁은 오히려 국제시장 안정과 경기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불안한 상황인 만큼 무력충돌은 세계 경제에 해악이 될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주변국으로 확산된다면 당사자인 미국이나 중동 지역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깊은 주름이 파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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