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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 이희범 신임 회장은 무엇보다 흐트러진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조직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무역규모 5,000억 달러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무역환경에 걸맞는 진정한 무역 지원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량감있는 이 회장이 앞으로 조직 융합이나 대정부 정책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2일 정기총회에서 표출된 일부 회원사들의 불만 등은 이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익모델도 중요하지만 무역협회의 역할중 공공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고 대외통상 업무 등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나 자신의 자산을 접목하면 전임자의 업적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존 수익모델 중심의 사업에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장은 김재철 전 회장이 역임한 7년 동안 무역협회가 자립도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무역협회가 루머에 시달리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협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협회 안팎에서는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소외시킨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이 이날 “외부에서 지켜본 무역협회는 구석구석의 얘기를 듣는데 실패한 것 같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회원사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공통분모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불만을 제기했던 분들과 빠른 시일내 만나 대화도 하고 공통분모가 있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이날 총회는 관료출신 회장에 반대해 온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측과 협회의 맞대결로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해 ‘이희범 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중소 무역인은 “오늘 총회는 7만 무역인의 자존심을 밟힌 날”이라며 성토하고 “청와대가 밀어붙인다고 반대한번 하지 못하고 백기투항한 현 회장단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회장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어떻게 돌파하고 새로운 무역협회의 위상을 정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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