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사이로∼ 질투사이로∼ 사랑아 피어라∼(중략), 빨간 립스틱∼ 주홍 립스틱∼ 입술에 바르고∼(중략)"(영화 '복면달호' OST 중 '파라다이스') 최근 148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중인 영화 '복면달호'(감독 김상찬·김현수, 제작 인앤인픽쳐스·스튜디오2.0)에는 주인공 봉달호(차태현)보다 성인 관객의 눈길을 더 잡아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차태현에게 '가수왕'을 뺏기고 영화의 엔딩에서 이경규에게 특별 지도를 받는 느끼한 트로트 황제 나태송 역의 배우 이병준(43)이다. 영화 개봉 전 열린 '복면달호'의 쇼케이스에서도 트로트 특유의 꺾기와 손놀림, 댄스 등을 기성 가수 못지 않게 펼쳐 실제 성인 가요 가수로 오해를 받았을 정도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구타유발자'에서 제자인 차예련을 겁탈하려다가 동네 건달들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았던 느끼한 성악 교수 역을 맡아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시킨 바로 그 배우. '복면달호'의 출연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한 대학에서 뮤지컬과 겸임교수로 활약하고 있고 현재 뮤지컬 계 최고 스타인 박해미와 뮤지컬 'I do I do'에도 출연중인 매우 바쁜 그는 오는 4월 정식 트로트 가수라는 또 하나의 이력을 추가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이병준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나태송의 '파라다이스'는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온다. 트로트 가수로 활동할 계획은 없나 ▶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곧 트로트 가수라는 이력을 추가할 계획이다. 영화의 엔딩에 사용된 '파라다이스'는 장윤정의 '어머나'를 작곡한 윤명선씨가 노래방에서 1대1 미팅을 가진 후 내 특성을 뽑아내 만들어 준 곡이다.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는 매력 만점의 곡이다. 현재 공연중인 뮤지컬이 마무리되는 대로 3월 말부터 가요 프로에 나가 활동할 생각이다. - 백제대학에서 뮤지컬 겸임 교수로 재직중이고 전작에서 성악 교수로 출연할 당시에도 상당한 노래 솜씨를 자랑했는데. 1990년부터 2년간 서울예술단에서 뮤지컬을 했고 또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시 뮤지컬단에서 활동했다. 1987년 당시 한창 인기 있던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며 노래와 인연을 맺기로 결심했다. 이후 성악 레슨을 꾸준히 받아왔다. 또 내가 레슨도 하고 강의도 하며 노래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 주인공 달호가 복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한다면 나태송은 다리 찢기와 텀블링까지 선보인다. 좀 과장한 것 아닌가. ▶ 나태송은 이미 가수왕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다. 그런데 신인인 달호에게 인기가 밀리게 된다. 다리 찢기와 텀블링을 선보인 무대는 연말 가수왕 시상식장 장면인데 톱가수 자리를 지키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하고 싶었을 거다. 나태송이 달호보다 노래 실력이 떨어져서라기 보다는 시대가 달호를 원했던 것 같다. 나태송 입장에서는 살아 남기 위해 전투가 아니었을까. 다리 찢기 장면을 찍기 위해 일주일 내내 연습을 했는데 당시 다리가 너무 아파 한참 동안 벽을 집고 다녔다.(웃음) - 배역을 위해 참고한 가수가 있다면. ▶ 나훈아씨의 공연 DVD 등을 많이 연구했다. 그 분의 공연을 보면 북춤부터 시작해 굉장히 다양한 퍼포먼스가 있다. 손동작이나 눈짓, 의상 등 여러 가지를 참고했다. 나태송의 이름 또한 나훈아의 나, 태진아의 태, 송대관의 송 즉 트로트 대가의 성을 한 자씩 따온 것이다. - 나태송으로 캐스팅 될 당시 비화가 있다던데 ▶ 주요 출연진이 다 결정된 후 거의 마지막으로 내가 캐스팅됐다. 제작진이 노래는 잘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찾았다더라. 이경규 대표가 우연히 '구타유발자들'을 보다가 "바로 저 사람이다"며 나를 택했다고 들었다. 마치 극중 임채무씨가 봉달호를 보고 '저 놈이야'를 외쳤을 때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 배우로서 본 제작자 이경규는 어떤 사람인가. ▶ 내가 이 작품에 참여하며 이경규 대표를 만난 건 대단한 행운이 아닌가 싶다. 난생 처음 소속사라는 곳에 들어가는 계기도 됐고. 이경규 대표의 지인들을 만나보고 이 사람이 정말 모범적으로 잘 살아온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이 내 딸과 이대표의 딸이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해 올해 같은 중학교를 들어갔다. 최근에 그 사실을 알았다. - 박해미와 뮤지컬 'I Do I Do'를 공연 중인데 재미난 에피소드는. ▶ 박해미와 2000년에도 'I Do I Do'에서 함께 공연했다. 그 때는 해미씨가 아들을 임신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아이가 초등학교엘 들어갔다. 그만큼 오랜 인연이다. 눈빛만 봐도 호흡이 맞는다. 솔직히 요즘 해미씨가 너무 잘 나가서 힘들다. 공연 끝나자마자 수시로 인터뷰에 응하느라 보통 바쁜 게 아니다. 몸 좀 아끼라고 꼭 조언해주고 싶다. 아, 공연 중에 갑자기 "오케이∼"하고 애드립을 넣어 당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공연 중 수시로 등장하는 대사가 돼버렸다(웃음). - 20년 뒤의 모습을 그려보자면. ▶ 연기자로 배우로 가수로 또 교수로 참 다양한 이력을 추구하며 살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이력 중 어느 한 가지도 버리고 싶지 않다. 오히려 뮤지컬이나 연극 연출이라는 새 이력을 추가하고 싶다.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환갑 때도 과감히 다리 찢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연기자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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