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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휘 굿모닝신한증권 IB1부 구조금융팀장은 최근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카이스트 금융공학과 출신의 지인 소개로 같은 과정을 마친 A씨를 만났다. A씨는 “같이 일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김팀장의 제안을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김 팀장이 얼마 전까지 하던 일은 법인 영업이 다였다. 고객사의 담당자를 설득해 자금과 일감을 따오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주 업무가 됐다. IB 영업맨에서 IB 스카우터로 변신한 것이다. “IB사업을 강화하는데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막상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드물고 그런 인재를 만나도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더군요.” 김팀장은 “그동안 만나본 상당수의 인재들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한 외국계 증권사로 갔다”며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증권사들이 요즘 IB 도약을 위해 힘을 쏟는 분야는 인력이다. ‘전쟁’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외부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소득은 많지 않다. 그 중 가장 힘든 분야가 해외 우수 인력 유치다. 해외 인재들은 원하는 연봉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지만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아예 한국진출을 꺼린다. 한 증권사 임원은 “홍콩시장만 해도 IB쪽에서 능력을 갖춘 인재의 연봉은 400만 달러 이상이 된다”며 “우리 형편에 그 정도 연봉을 맞춰주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그래서 외부 수혈과 동시에 직장 내 훈련(OJT), 외부 위탁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원해 내부인재 양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증권은 첨단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PB의 세일즈 능력과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PB스쿨’과 ‘삼성증권 아카데미’등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 초에는 PB전문 교육시설인 ‘PB연수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대우증권은 영업부문 인력을 20% 이상 늘리고 자산운용, PI등 분야의 전문인력을 두 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또 자본시장통합법 등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운용 전문인력, 주니어 전문인력, 신규 비즈니스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은 평균 3.4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7개 이상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은 365명,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도 5명에 이른다. 금융관련 전문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과 비용을 회사측이 지원해온 결과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IB 무한경쟁 시대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대우증권 IB본부가 최근 실시중인 내부 자체교육은 관심을 끈다. 철저히 실전 교육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IB본부내 9개 부서의 부장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자신이 경험한 IB 사례 위주로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 2일 강사로 나선 김윤수 M&A컨설팅부장은 “입사 초기에 참여했던 유공 전환 사채 건 을 예로 들어 당시 외형경쟁에 치중해 스스로 발목을 잡았던 증권사들의 영업행태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진행된 딜(Deal) 중 실패한 사례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이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며 “국내보다는 외국의 IB 전문사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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