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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 1층 뱅커스클럽.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조찬장에 먼저 입장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를 기다렸다. 2분 남짓 지나 김 총재가 들어서자 두 수장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서로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와중에 사진기자들이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하자 악수를 하며 밝은 표정으로 친밀감을 한껏 뽐냈다. 흡사 앙숙이었던 양 기관이 김 총재 취임 이후 밀월관계로 맺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광경인 듯했다. 이 때문인지 공조에는 다가갔지만 금리인상은 더 멀어진 느낌이다. 윤 장관과 김 총재가 이날 가진 첫 회동은 두 기관이 향후 경제정책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긴밀한 공조를 다짐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양 기관이 삐걱댔던 이성태 전임 총재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 간의 지나치게 긴밀한 협조가 자칫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치는 실기로 이어지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ㆍ한은, 완전히 인식 같이했다"=야채죽을 먹으며 가진 1시간30분간의 회동이 끝난 후 윤 장관은 "앞으로 재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조를 잘해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완전히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양 기관이 범위 내에서 협조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좋은 정보를 공유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 취임 나흘 만에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 정부 측이 '완전히 인식을 같이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두 기관 사이의 소통이 앞으로 한층 더 원활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경제상황과 거시전망을 논의하면서 인식을 완전히 공유했다는 언급은 경기가 완연한 확장기조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통화정책의 양적 완화 기조를 거두기 힘들다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김 총재의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언뜻 평범해보이는 말이지만 취임 전 "한은도 정부"라는 말로 구설수에 오른 만큼 국가발전 기여를 일성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정부와의 협조를 무엇보다 중요시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더욱 굳어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리인상, 당분간 요원해지나=이 같은 이유로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상반기 내에는 물론 하반기에도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당분간 한은이 물가안정보다 경기 및 고용회복이라는 목표를 갖고 정부와 정책적으로 공조할 가능성이 더욱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됐던 재정부의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행사와 관련해 윤 장관은 "그럴 것"이라고 언급해 당분간 차관 참석은 이어지게 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중립성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열석발언권 등에 대한 직접적 발언은 구체적으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 기관은 거시경제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내수ㆍ고용 및 수출ㆍ생산 등에서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정부 경제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를 이루기 위해 정보공유 및 실무협의를 긴밀히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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