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대출 경쟁으로 인해 부족해진 수신액을 메우기 위해 쉴새 없이 특판예금을 내놓는 바람에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정상금리 4%대보다 1%포인트 높은 5%로 고착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이 지점장 전결금리, 우대금리 등의 예외규정을 활용해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우대금리보다 높은 4%대 후반을 제공하면서 정상금리의 개념이 무색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특판예금을 내놓으면서 제시하는 명분도 농구대회 성적에 연동하거나 월드컵 경기를 기념한다는 등 다양하다. 마치 백화점이 툭하면 내놓는 특별세일을 방불케 하고 있다. 29일 신한은행은 자사 여자농구단 성적에 연계해 최고 연 5.7%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도 같은 이벤트에서 기준금리보다 1.0%포인트 높은 4.3%의 금리를 제공한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1년 정기예금에 최고 연 5.1%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예금 1조원어치의 판매에 들어갔다. 씨티은행은 1년 만기 양도성정기예금(CD)에는 연 5.2%의 금리를 제공한다. 노사갈등으로 영업부진에 시달렸던 씨티은행이 2개월 만에 다시 특판예금 판매에 나선 것은 오는 7월 전산통합을 앞두고 수신액을 늘려 공격 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환은행도 특판예금을 통해 자금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외환은행은 지난 15일부터 1억원 이상 1년 만기 예금에 5.1%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예금 판매에 나서 2주 만에 6,000억원을 판매하고 1,000억원 정도의 한도만을 남겨놓고 있다. 하나ㆍSC제일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3, 4월에 특판예금을 팔았다. 하나은행은 월드컵 공식후원사 지정을 기념해 3월에 2조원의 특판예금을 판매한 데 이어 4월20일부터 5월19일까지 1억원 이상 예금에 대해 5%의 금리로 2조4,000억원 규모의 특판예금을 유치했다. 하나은행의 3개월간 특판 유치 규모는 4조4,000억원에 이른다. SC제일은행은 3월에 5억원 이상 1년 만기 상품에 대해 5%의 금리로 특판을 실시했었다. 금융계에서는 6월에 국민은행이 5%대의 특판예금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과 9월에 4%대 후반의 금리로 특판을 실시한 자금의 만기가 6월부터 돌아오기 때문에 자금이탈 방지를 위한 특판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은행들은 또 명목금리를 4.0~4.1%를 제시하고 있지만 지점장 전결금리 및 각종 우대금리를 통해 실제로는 4.4~4.5% 수준에서 예금을 판매,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특판예금과는 별도로 시중은행의 정상 예금 금리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3.3~3.8%에 불과했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각 은행별로 최저 3.7%에서 최고 4.9%에 달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상예금 금리를 4.8~4.9%로 올려 자금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경쟁에 나서면서 돈줄의 저수지가 되는 예금 끌어 모으기에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에게 고금리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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