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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신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던 삼성생명이 상장된 지도 4개월 째에 접어든다. 상장 이후 주가는 공모가 수준을 밑돌고 있지만, 생명보험업계의 독보적 1위이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신계약 마진율 개선 긍정적= 올 3월 끝난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삼성생명의 내재가치(EVㆍEmbedded Value)는 17조5,989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EV란 일반 재무제표로 평가하기 어려운 보험회사의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또 EV증감률(RoEV)은 15.1%로 전년 말보다 0.6%포인트 상승했으며, 1년 신계약가치에 내재된 마진은 연납화보험료 대비 29.2%, 지난 9월 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년이 채 안된 EV라 연간에 걸쳐 나타난 흐름을 분석하긴 어렵지만, 신계약 마진율이 7.6%에서 7.7%로 개선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회계연도 EV는 단기간에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이 시기에 발생한 신계약 및 보유계약가치 증가분이 유입돼 삼성생명의 2010회계연도 EV증가율은 15%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EV를 통해 국내 보험주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기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되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과거 역마진 상품의 마이너스 효과보다 양호한 신계약 수익성과 영업환경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생명이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신계약 마진 역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계약가치가 EV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어서 높은 수준의 RoEV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 기대= 금리인상과 업황개선 추세도 삼성생명의 하반기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보험사의 EV 가치는 상승한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손해보험사보다 금리영향을 크게 받는다. 생보사가 손보사에 비해 자산-부채간 듀레이션(만기) 갭이 크고, 금리확정형 부채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점차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상승 모멘텀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보험사는 생ㆍ손보를 겸영하거나 지주사 체제로 은행까지 지배하는 반면, 한국 생보사는 보험부채의 조달구조 문제를 감안할 때 해외에 비해 더 탄력적으로 금리에 반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보험업계의 업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또 삼성생명이 생명보험 시장에서 차지하는 독보적인 점유율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무시할 수 없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국내 최대 비은행 금융기관일 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다"며 "다른 업종이지만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SK 및 현대차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삼성생명에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은 국내 1위의 생명보험사다. 동사는 보험가입자 수 800만명, 피보험자 수 1,300만명으로 국내 보험사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고객수를 확보하고 있다. 보험료 기준 시장 점유율은 27.4%로 독보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차위 2개사(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의 시장점율을 합한 것보다도 더 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은 강력한 판매채널, 신상품 개발 능력,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 및 자본적정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 이러한 시장지배력과 함께 동사의 이익의 질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점도 이 회사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이익이 질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동사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성장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2007년부터 보장자산 알기 캠페인을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장성보험의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09년에는 보장성보험의 신계약 성장율이 97%에 달하여 삼성생명 제외시 7% 성장에 그친 업계 대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 대비 월등하게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사의 이익의 질은 점차 좋아질 전망이며 업계와의 차이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시장금리가 정상화되면서 상승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도 동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시장금리의 상승은 상대적인 보험가격의 하락을 통해 보험료의 유입을 늘릴 전망이다. 또 채권과 대출 위주로 이루어진 자산운용 구조상 자산운용 수익율을 상승시킬 전망이다. 물론 시장금리 상승이 조달비용을 높일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50%에 달하는 금리고정형 준비금을 감안하면 조달비용의 상승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생명보험업계는 금융위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서 업황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신계약의 성장 회복, 해약율의 감소, 자산운용 수익율의 증가 등으로 전반적인 효율성 지표의 개선세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상장됨에 따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업황개선에 따른 수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성장,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가치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점진적인 주가의 상승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한다. 박석현 한화증권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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