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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감사인 교체요구
입력2002-12-25 00:00:00
수정
2002.12.25 00:00:00
현대자동차의 노조가 외부감사인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한다. 노조의 경영참여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외부감사인의 선임에까지 간여하는 것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처음이다.
외부감사인의 선임에 관한 문제는 경영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으로 대개 사외이사가 포함된 감사인선임위의 소관 사항이다. 그 점에서 이번 노조의 요구는 단체협약의 규정에 근거했다고 하지만 무리한 것이라고 본다.
현행 외부감사인법은 1997년 개정 당시 감사인의 독립성과 감사시장의 효율성ㆍ기업경영의 투명성ㆍ회계의 안정성 등의 제고를 위해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때 3년간 감사를 계속하도록 하는 감사인 유지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종전의 자유수임제도가 감사업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외부감사인 선정을 기업이 좌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지고 결과적으로 감사의 품질저하와 경영부실을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외부감사인의 교체를 요구한 이유는 감사인 유지제도의 역작용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이 특정 외부감사인과 너무 오랫동안 용역관계를 지속할 경우 유착관계가 나타나 감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유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현대차의 회계감사와 컨설팅 업무를 병행한 점과 현대차 외에 여타기업에 대한 감사 실적과 평판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교체를 요구했는데 그런 지적 자체만은 무리해 보이진 않는다.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감사인 유지제도가 시행된 이후 회계법인들은 처음 두 해 동안은 보수적인 보고서를 내다가 마지막 해에 가서 낙관적인 보고서를 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다. 마지막 해의 낙관적 보고서는 재수임의 부담감 때문일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감사인유지제도의 실질적인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 부실회계사건은 이 같은 기업과 감사인 간의 유착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비단 우리나라 만이 아니고 미국에서도 엔론사 회계부정사건 등을 통해 크게 문제가 됐었다.
엔론사 사건에선 특히 회계법인들이 동일한 기업에 대해 회계 업무와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문제로 부각됐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기업회계와 컨설팅의 동시 수행을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달 발표한 회계제도 개혁방안에서 이 문제를 포함시켰으나 컨설팅과 감사업무 간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이해상충이 큰 컨설팅 업무만 못하게 하는 등으로 훨씬 미약하다. 감사인 유지제도에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검토해서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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