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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영어 실력
입력1998-10-18 18:20:00
수정
2002.10.21 23:09:35
뜻밖에도 중국엔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다. 영어를 배우라고 정부가 권장한다.
한때 일본정부는 젊고 우수한 공무원을 선발하여 미국에 장기유학을 보냈다. 길게 눌러앉아 영어를 제대로 배워 오라는 취지였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의 통상마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본쪽의 뜻이 미국쪽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쪽의 진의를 또한 일본쪽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초조감이 컸다.
그 탓이 모두 영어때문이라고 그들은 진단했다. 말은 알아 듣지만 말귀는 못 알아 듣기때문이라고 봤다. 그래서 말만 유창하게 할 것이 아니라 말귀까지 제대로 꿸수있게시리, 말 속에 담긴 언외(言外)의 뜻까지 제대로 해득할 수 있게시리, 영어를 제대로 배워 오라고 유학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은 그뒤로도 영어권 사람들의 말귀를, 언외의 뜻을 여전히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국제사회로부터 이단자 취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일설에 의하면 제대로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은 고작 1,000명 안팎이라한다. 뜻밖에도 그 수가 적다.
얼마전 미 정부와 의회는「IMF자금이 한국 국내산업에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한 IMF 이사회에서 대한(對韓)추가 지원을 반대해야한다」는 IMF개혁안에 잠정합의 했다.
참으로 해괴한 개혁안이다. IMF자금의 용도를 한정하는것은 좋다. 그러나 왜 한국만을 유독 명기하여「우범자」취급을 하는가. 왜 우리더러「무죄증명」을 하라는가.
이런 사단이 부실한 우리 영어 실력때문에 빚어졌다고 말하기는 물론 어렵다. 제대로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1,000명 안팎에 불과하며 그중에서 또 말귀를 제대로 꿸수있는 사람, 언외의 뜻을 바르게 해득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인 즉 이런 언어의 장애때문에 미국측의 의향을 미리 알지 못하고 미리 교섭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사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IMF사태이후 우리와 외국사이에서 빚어지고 있는 견해차이는 신념의 차이라기 보다 피차를 잘못 이해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남의 나라 말을 배우자는 것은 그나라의 관습과 신념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그들의 잣대로써 우리 행동을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보면 우리 영어실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鄭泰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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