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원자재 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격까지 급등함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인플레이션이란 뭔가. 실물가격이 오르면서 화폐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다. 인플레 시대에 가장 피해야 할 재테크 전략은 현금을 금고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앉아서 돈(가치)을 까먹는 셈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물가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확정금리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인플레 시대에는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인플레를 이길 수 있는 재테크 상품과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적극적 투자자라면 호랑이 굴속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인플레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인플레를 촉발한 원유ㆍ금 등 실물자산 또는 밀ㆍ쌀 등 곡물에 투자하거나, 관련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실물자산 투자는 유동성이 적고, 변동성이 커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적합한 선택은 아니다. 보수적 투자자라면 채권에 투자해 인플레 위험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플레 시대에는 채권 투자가 적합치 않다. 하지만 정부가 발행하는 물가연동채권, 이른바 인플레이션 연계채권은 기본 금리에 물가상승에 따른 가산금리를 얹어준다. 만기 10년으로 분리과세도 가능해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 채권에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노린다면 ‘절세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고수익 고위험 채권형 펀드도 괜찮다. 보험도 인플레 헷지가 가능하다. 보통 보험은 보험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손해다. 가령 매년 물가가 4%씩 30년 동안 오른다면 오늘 받는 1억 원의 보험금이 30년 후에는 3분의1인 3,083만원의 가치 밖에 안 된다. 정액보험의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상품이 변액 유니버셜 보험이다. 정액보험이 은행의 정기예금이라면, 변액보험은 신탁상품처럼 투자한 만큼 보험금을 받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주식투자 등을 통해 물가상승을 웃도는 보험금을 줄 수도 있지만, 원금손실 위험도 있다. 고수익 고위험 채권형펀드 절세효과도 커 '일석이조'
상품관련 기업 펀드보다 원자재 펀드가 고수익률
저축·투자 '두토끼 몰이' 변액보험도 고려해볼만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적극적 투자가 최선의 선택이다.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을 따라잡는 공격적 투자에서 주식형 펀드 투자, 고위험 고수익 채권형 펀드, 물가연동채권 투자, 보험을 통한 인플레 헷지 등 적극적 투자 수단은 실로 다양하다.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어떤 상품이 적합한지 살펴보자. ◇인플레이션, 이제 시작에 불과=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4.1% 올랐다. 17년 만에 최고치다. 유럽의 물가도 지난 1월 3.2% 상승했다.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물가상승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글로벌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10달러에 육박했다. 최근에는 곡물가격도 심상치 않다. 밀ㆍ쌀 등 곡물에서 커피ㆍ코코아 등 농산물 전반으로 가격상승이 확산되는 추세다. 소맥과 귀리는 올 들어 각각 31%, 28%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률 15%를 훌쩍 웃도는 수치지만, 2005년 이후 상승률은 각각 277%와 152%에 이른다. 가격상승의 원인은 ▦수급 불균형 ▦투기적 수요 ▦인플레이션 회피 투자수단 등으로 원자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동시에 ▦실물자산 선호현상 가속화 ▦신흥시장의 수요증대 ▦석유 감산과 자원민족주의 등 공급측면의 악재들로 인해 상품가격의 강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인플레에 베팅= 인플레 상황에서도 투자원칙은 같다. 값이 가장 많이 오를 만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유가나 농산물 등 실물에 관심을 둘 만하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나 국가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우선 상품관련 펀드는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높은 수익을 냈다. 특히 상품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상품관련 지수에 직접 투자한 펀드들이 상품가격 상승을 직접적으로 반영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상품펀드라고 해서 모두 다 수익률이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상품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 한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에만 가입해 위험을 모두 떠안기 보다는 여러 상품 또는 관련기업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하면 위험이 낮아진다. 지리적으로는 라틴지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주가가 연초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냈다. 상품가격 급등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라틴과 동유럽은 소재와 에너지 섹터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어 상품가격 급등에 따른 수혜가 크다. ◇물가가 오르면 수익률도 올라가는 물가연동채권= 경기둔화와 인플레 압력, 최악의 재테크 환경에서 단연 돋보이는 상품이 '물가연동 국고채'다. 지난해 첫 발행했던 3월21일 매수해서 최근까지 보유했다면 수익률이 7%를 넘는다. 연간 수익률은 7.67%에 달한다. 같은 국고채인 10년 만기물에 같은 기간 동안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고작 2.41%에 불과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물가연동국채는 원금과 이자를 물가에 연동시킨 금융상품이다. 물가가 오를수록 더 큰 수익을 내도록 만들어졌다. 다른 채권들은 표면 금리가 정해져 있어 물가가 오르면 채권가치가 떨어지게 돼 있지만, 물가연동국채는 물가상승에 따라 원리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플레가 되면 채권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 가령 지난해 대비 물가상승률이 3%라면 1만원에 발행됐던 채권의 원금은 1년 후 1만300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채권 표면금리(연2.75%)를 곱한 1만583.25원이 채권가치가 된다. 장기 투자한다면 복리 효과까지 더해진다. 여기에 물가연동에 따른 원금 상승분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되고 이자도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종합소득과세가 적용되는 거액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단, 가능성은 낮지만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때는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절세 효과 큰 '고수익 고위험 채권형 펀드'= 신용등급 BB+(투기등급) 이하인 채권에 총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하는 펀드를 고수익 고위험 채권형 펀드로 분류한다.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고수익에 절세 효과까지 더해 관심을 많이 끈다. 펀드의 가장 큰 강점은 절세효과. 1년 이상 투자하면 1억원 한도 안에서 15.4%가 아닌 6.4%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 분리과세가 가능하고, 투자한도가 펀드별로 적용된다. 여러 펀드에 1억원씩 나눠 투자해도 똑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과 저축에 투자를 더해 물가를 이긴다= 변액보험은 장기간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물가상승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지금처럼 물가가 오를 대는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예정이율(금리)은 물가상승률을 밑돌 수 밖에 없다. 변액보험은 납부한 보험료를 세 조각으로 쪼갠다. 하나는 사망 등 재해에 대비한 보험료로 내고, 또 다른 하나는 펀드에 투자한다. 나머지 세 번째는 암 보험 등 특약에 적용된다. 변액보험은 투자운용실적에 따라 납부하는 보험료나 지급받는 사망보험금ㆍ해약환급금의 크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보험사의 자산운용 능력이나 어떤 펀드에 투자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또 매월 보험료를 내는 적립식 납입방식이 장기간에 걸친 분할투자를 통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피하면서 안정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하다. 저축ㆍ펀드ㆍ변액보험 중 수익률만 따지면 펀드가 가장 높지만, 펀드는 동시에 원금손실 가능성도 크다. 저축은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다. 저축과 펀드 투자에 보험기능을 묶은 상품이 변액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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