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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더 늦출수 없다
입력2004-02-08 00:00:00
수정
2004.02.08 00:00:00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후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나 표결이 무산된 데 이어 오늘 세 번째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우리의 FTA 비준이 지지 부진한 데 반해 세계 각국은 FTA 체결에 속도를 더해 작년에 새롭게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이 11건, 협상을 진행중인 것이 30여건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그동안 FTA 체결에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중국, 인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금년 한 해 동안 적어도 8건의 새로운 FTA가 발효되고 15건 이상이 체결, 10건 이상의 협상이 새롭게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칠레시장에서의 우리 자동차의 점유율은 2002년의 20.5%에서 18.8%로 하락했다.
반면 2002년 11월 칠레와 자동차 무관세 협정을 맺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2개국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26.7%에서 지난해 34.1%로 높아졌다. 휴대폰의 경우에도 칠레와 FTA를 맺은 멕시코 제품의 점유율은 21.6%에서 38.6%로 높아진 반면 우리 제품의 점유율은 13.4%에서 9.5%로 하락했다.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품질,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는 FTA 비체결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한데 이어 타이어에 대해서도 FTA 비체결국에 대해서는 기존 23%의 관세를 30~90%까지 대폭 인상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수출이 아예 불가능하게 됐다.
칠레 상원은 그동안 한ㆍ칠레 FTA의 비준동의를 미뤄왔으나 지난 1월 22일 만장일치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주한 칠레대사 등 중남미 국가 대사들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한ㆍ칠레 FTA가 처리되는 과정을 참관하겠다고 함에 따라 우리 국회의 결정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다행히 국회의장과 당대표들이 비준동의안 표결처리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데다가 최근 국내 농대교수들의 지지선언 등으로 표결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본다.
한ㆍ칠레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왜 FTA가 필요한지, FTA와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왜 중요한지, FTA에 따른 농어민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등 FTA를 둘러싼 주요 이슈들이 활발히 논의되었다.
정부 또한 FTA 추진과정에서 국내 농어민들의 반발 등 이해집단에 대한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개방에 따른 농어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등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우리 농어촌문제가 지금처럼 온 국민의 관심을 끈 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ㆍ칠레 FTA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의는 무역과 FTA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농업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과 정부대책 마련의 계기가 되는 등 나름대로 큰 결실을 거두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는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대신 정부는 하루 속히 농어촌 경제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시행하여야 하며 기업인, 근로자, 농어민 모두는 국가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16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국회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한ㆍ칠레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애타는 심정으로 해외시장이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한 가닥의 위안이 될 뿐 아니라 국정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국회가 그 최소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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