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업 자금난을 덜고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사실상 기업어음(CP) 우회매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증권사에 막대한 유동성을 지원하고 증권사들이 CP를 사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또 시장상황에 따라 회사채를 우회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12일 CP 등 단기금융시장과 신용위험채권(여신전문회사 채권 등 크레디트물) 거래 활성화를 위해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찰일시는 13일 오전10시며 지원방식은 만기 91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서다. 이번 유동성 공급자금은 대부분 증권사로 흘러가 CP나 여신전문회사채(카드ㆍ할부채) 등 크레디트물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자금은 CP와 여전채를 매입하도록 용도제한이 돼 있다”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상 위험자산을 취급하기 어려워 사실상 증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움츠리고 있는 은행권 대신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CP 매입 등을 유도, 시장에서 위험자산 투자 물꼬를 터 기업 자금난을 덜어주는 한편 단기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상 한은이 CP 우회매입에 나선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한은이 간접방식으로 CP 매입에 나섰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시장에서는 한은의 직접 CP 매입을 요구하지만 규정 변경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효과 측면에서는 오히려 간접매입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이날 CP금리가 0.14%포인트나 급락하는 등 신용위험이 있는 채권 수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은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6일 2조원의 자금을 은행(3,000억원)과 증권사(1조7,000억원)에 공급했으며 이들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양도성예금증서(CD) 1조3,000억원, CP 7,000억원을 매입했다. 한은 관계자는 “당시 CD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낙찰기관에 CD 매입을 권고했지만 CP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다”며 “이에 따라 이번에는 CP 쪽으로 자금 타기팅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수요를 분석해보니 CP 외에 여전채 수요도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조치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회사채 쪽 관심도가 높을 경우 회사채 우회매입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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