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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구조조정 속도조절 불가피
입력2000-07-11 00:00:00
수정
2000.07.11 00:00:00
안의식 기자
은행 구조조정 속도조절 불가피은행노조와의 협상타결로 하반기 금융구조조정의 일정과 방향에 대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개혁의 원칙에 대한 노조동의는 정부로서 큰 소득이지만 세부사항에 대해 일부 수정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내년부터 은행 도산시 2,000만원까지만 정부에서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부분보장제가 실시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000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예금이 계좌수로는 전체의 98%, 금액으로는 약 65-70%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분보장제가 실시되면 「믿을 수 있는 은행」으로 자금이 몰릴 수 밖에 없다. 부실한 은행의 경우 잘못하다가는 예금자들이 예금을 「떼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리면 부실은행의 경우 자칫 은행도산이란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을 세 그룹으로 묶어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했다. 우량은행은 그냥 둔다. 자체적으로 합병을 하든지, 스스로의 생존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 그룹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이다. 이들은 예금부분보장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고 보고 정부가 지주회사라는 형식으로 핵우산을 씌워 예금이탈사태를 방지하려 하고 있다. 또 하나는 부실은행이다. 정부는 이들 은행의 경우 부실종금사와 같이 국유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구상이 이번 은행노조와의 협상타결로 인해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구조조정이 슬로우 다운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하반기 금융개혁의 핵인 「예금부분보장제」를 탄력적으로 실시하면 개혁의 동인은 크게 퇴색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실시시기는 내년부터 한다고한 방침을 유지하되 보장금액은 기존 2,000만원에서 상당부분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부분보장제란 예금시장에서 정부의 보호를 벗기면서 말 그대로의 시장기능, 즉 각 은행들의 능력(자산건전성·자기자본비율 등)에 따라 살고 죽는 기능을 회복하자는 것. 예를 들어 보장금액을 5,000만원까지 올리면 부실은행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줄어 개혁이 지연된다. 또 각 은행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 의지도 당연히 퇴색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은행들은 그동안 고금리를 무기로 예금유치에 치중해왔다. 만약 2,000만원까지로 보장한도를 정한다면 이들 자금이 우량은행으로 이탈하겠지만 이를 대폭 상향조정하면 이탈할 유인이 상당부분 사라지는 셈이다.
지주회사법 역시 공적자금 투입은행 적용을 유예한다면 정부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주회사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정부의 보호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이 하반기 금융개혁의 파고를 스스로 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공적자금 회수와 회수재원을 이용한 내년 이후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지주회사로 묶으려는 핵심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정부지분을 「좋은 값」에 매각하기 위해서 였기 때문이다.
결국 협상타결은 각 은행들이 스스로의 자구노력 정도에 따라 하반기 금융개혁의 와중에서 살아남아야 할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비록 예금부분보장제의 부분적 완화 등으로 경쟁의 파고는 다소 줄 수 있지만 개혁의 원칙은 이번 파업으로 더욱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협상타결은 은행 구조조정이 은행원들의 인력감축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진통이란 측면으로 볼 때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전문가는 『이번 파업의 본질은 결국 인력감축에 대한 은행원들의 우려』라며 『결국 은행직원 감축은 속도의 문제일 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대세』라고 말했다. 따라서 문제는 은행원 실업대책과 재교육기회 확충이라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7/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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