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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라크사태에서 배울 일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개시 된 이후 북한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2001년 10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 그들이 취했던 조치만큼이나 구태의연하다. 아프간 전쟁 때 북한은 먼저 남북대화를 끊었는데 이번에도 26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경협분과회의와 해운협력접촉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4월로 예정된 4차 장관급회담과 5차 경협추진위원회 거부로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금 남조선에선 미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한 것과 관련해 분별없이 반공화국 대결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트집을 잡고 나섰다. 표면상으로는 우리 정부가 취한 경계강화조치를 비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의 조속한 제거를 위한 조치`라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지지를 표명하고 이라크에 공병단 및 의무부대 병력을 파견키로 한 것에 대한 반발인 듯 하다. 북한이 개발중인 것으로 믿어지는 핵무기는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라는 점에서 북측에도 찔리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작년 10월 북측이 미국의 제임스 켈리 핵 문제 특사에게 핵무기개발 계획을 시인한 이후 북ㆍ미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고, 전투기로 미군정찰기기에 대해 요격자세를 취하는 등 도발수위를 높이자, 미국 또한 대응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미국측은 군사적 해결방법과 2개전쟁의 동시수행 가능성을 공식 표명하는 가운데 이를 위한 사전적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 및 철수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라크 공격이 개시됐음에도 항공모함 칼 빈슨호를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 질 것인가에 달린 일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조기해결 된다면 다음 목표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이 같은 사태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 북ㆍ미는 대화의 방식을 놓고 맞서고 있다. 북한이 북ㆍ미 양자대화를 고집하고 있으나, 미국은 주변국이 참여하는 다자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에서는 유엔이라는 다자간 해결방식을 배격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 다자해결 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식 편의주의지만, 양자해결 방식인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핵 합의가 실패했다는 것이 부시행정부의 판단이므로 다자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동족인 남한과 그들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방식이 조정의 여지가 더 크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냉각시키는 것은 다자든 양자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백해무익한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창현<성장기업부 차장>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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