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 정치지형 변화 전환점 전망

4ㆍ24 재보선 결과는 그동안 내연하던 민주당과 한나라당, 각각의 내부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정치지형 변화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먼저 민주당은 연합공천한 유시민 후보외에 당이 자체 공천했던 두곳에서 패배함에 따라 책임론을 둘러싸고 커다란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그 와중에 신ㆍ구주류간의 갈등도 증폭되면서 당내외에서 설왕설래하던 신당론도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세곳중 두곳의 승리로 당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지만 양천을 오경훈 후보는 당내 개혁세력이 강하게 밀어 승리했다는 점에서 개혁파들의 당 개혁공세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 개혁신당론 가속화여부 주목 =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선거패배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더욱 분발하라는 채찍을 주신 것으로 알고 당과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더욱 첨예화할 전망이다. 구주류의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호남소외론등 신주류의 행보를 이번 패배의 원인으로 분석, 공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주류의 입장에서도 이 같은 선거결과가 “이대로 당이 지속돼서는 곤란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개혁작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과 개혁당이 연합공천한 유시민 후보가 여유있게 당선된 사실 역시 개혁작업을 가속화하게 만드는 요소다. 선거패배를 접하면서도 “당과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 대표의 발언도 이를 시사한다.

현재 민주당 내외의 최대관심은 과연 당이 현 상태대로 지속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한편에서는 당을 깨서는 안된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초도 된다. 선거참패를 보면서 개혁신당의 성공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신ㆍ구주류간의 끊임없는 다툼이 있는 현 모습으로는 결코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분명히 갈라서자”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민주당 신주류가 이번 선거패배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내년 선거에 대비한 정치지형을 그려나갈 지에 민주당의 진로는 달려있다.

◇한나라 대여공세 고삐 죌 듯 = 서울 양천을과 경기 의정부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의기소침했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북송금 관련 특검법,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등 `정치성` 현안 해결에 집착, 여야간 대립이 심화될 우려가 높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은 이날 승리가 확정된 후 이번 선거 승리에 대해 “개혁을 빌미로 불안을 증폭시키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하고 “한나라당이 앞장서 불안한 정국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 승리로 한나라당 내에서 당 개혁을 요구하는 소장ㆍ개혁파의 목소리와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패한 경기 덕양갑의 이국헌 후보의 공천당시 소장ㆍ개혁파 의원들은 `부적절한 인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때문에 선거이후 이들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당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의식기자, 임동석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