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은행 인건비 상승 지나치다
입력2003-08-17 00:00:00
수정
2003.08.17 00:00:00
김호정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막대한 공적자금에 의한 구조조정의 성과가 인건비 상승으로 흡수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은행이 인건비로 지출한 금액은 4조3천1백79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7.1%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의 인건비는 41.8%나 급증, 전체 은행의 인건비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나났다. 이처럼 은행의 인건비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등 실적이 좋아지자 외환위기 이후 동결됐던 임금을 한꺼번에 올려준데다 명퇴금, 성과급, 복리후생비등을 대거 지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은행도 경영실적이 좋아지고 지급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특히 은행의 경우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명예퇴직등으로 인해 통상적인 임금인상 외에 추가적인 인건비 증가 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한해에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무려 41.8%나 증가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은행통폐합과 감원등을 통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성과가 은행의 건전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은행직원들의 잔치가 되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과도한 임금상승은 경제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일 뿐 아니라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감안할 때 영업실적이 악화될 때 당장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다지만 올들어 은행의 경영사정은 크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대출의 부실증가, SK글로벌 사태, 카드사 부실등으로 국민은행등 우량은행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인건비의 경우 기본적으로 경직성 비용이라는 점에서 경영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쟁력면에서 국내 은행산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금융 기법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혁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이 고수익을 올릴수 있었던 것은 은행부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외환위기이후 정책적으로 예대마진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은행산업이 높은 인건비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임금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대형화와 같은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은행간의 실질적인 유효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금융산업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