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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흥망, 돈 관리에 달렸다

폴 케네디 '강대국의 흥망'에 견주어 읽어볼만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에서 1500년부터 2000년까지의 경제적 변화와 군사적 충돌의 상관관계를 분석, 강대국의 흥망성쇠의 역사적 패턴을 추출했다. 그는 이 기간 지배적인 강국들은 하나같이 도전자들을 막아내는 비용 때문에 경제적인 활력을 잃어버렸고, 같은 이유로 미국 역시 제국주의적인 지나친 확장으로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운명에 대한 폴 케네디의 예측은 어긋났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니알 퍼거슨은 '현금의 지배'(원저명:Cash Nexus)에서 폴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변화와 군사적 충돌의 상관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그는 화폐ㆍ채권시장ㆍ주식시장ㆍ과세의 국력과의 상호관계에 주목하면서, 전쟁과의 인과관계를 방대한 역사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나간다. 분석 결과 "전쟁 중 국가운명을 좌우한 건 군사력이 아닌 자금조달능력"이었다. 그리고 강대국의 흥망은 케네디의 결론과는 달리 "국가가 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퍼거슨은 '미국의 역할'에 관해서도 케네디와 견해를 달리한다. 케네디가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확장을 경계한데 반해, 퍼거슨은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확장을 주장한다. 그는 "미국은 지구상의 정치ㆍ경제적 조직을 구축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독특한 힘과 권위를 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금세기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부시의 대외정책에 대한 퍼거슨의 시각은 곱지 않다. 그는 "부시행정부는 불필요한 안보를 찾는 환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세계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재원 지출에 소홀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더불어 미국에 뿌리 깊은 고립근성과 자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또한 퍼거슨은 '경제적 변화가 역사의 추진체'라는 케네디의 주장을 일축한다. 세계가 돌아가도록 만든 주요 동력은 돈이 아니라 전쟁 같은 정치적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성ㆍ폭력ㆍ권력 등은 제각기 또는 이들이 한데 뭉쳐서 돈을 압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쟁과 경제'에 관한 퍼거슨의 통찰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신선하다. 그는 서구의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전쟁자금을 조달함으로써 국가에 기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존재했던 제도들은 경제 전반의 발전도 촉진시켰다고 본다. 세무관료, 채권시장, 중앙은행, 증권시장 등 현대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적 제도들이 전쟁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퍼거슨은 '금융시장의 태생적 안정'을 비롯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서 신봉되고 있는 몇 가지 통념들을 여지 없이 뒤집어 놓는다. 우선 그는 금융시장이 태생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믿음은 잘못됐으며, 정치적 사건들이 계속해서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경제발전이 민주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정치적 권리가 낮은 수준에서는 권리의 신장이 경제성장을 자극하지만, 그 이상의 민주화는 복지 프로그램과 소득재분배에 대한 지나친 우려 때문에 성장을 억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퍼거슨은 민주주의가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춘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발칸반도의 경우처럼 진전될 개연성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종정치와 인종분쟁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100년 전보다 지금이 인종주의 정치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가 더 미약해졌다"고 말한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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