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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기업의 동반자
입력2003-07-01 00:00:00
수정
2003.07.01 00:00:00
디지털 시대는 지식과 환경 기반의 사회다. 지식과 환경이 과거의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가지 생산 요소(production factor)보다 시장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공급은 가을 산골짜기에 넘쳐 나는 도토리같이 되어버린 반면, 지식과 환경은 이제 막 피려는 꽃망울같이 귀하게 됐다.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서 인기를 한 몸에 받게 된 것이다.
지구촌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사람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환경을 생산 요소의 한 축으로까지 올라서게 만든 것이다. 환경을 파괴하고 등한시하면서 추구해 왔던 산업화의 반성이라 할 수 있다. 먹고 살기위해서거나 다른 나라를 따라가기 위해서거나 경제성장 과정에서 환경 오염의 부작용은 어느 나라나 예외 없이 몸살을 앓게 만들었다. 중병에 걸려봐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듯이, 지식기반에서 환경의 필수성이 절실하게 된 것이다.
환경의 중요성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환경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환경을 동반자 대열에 참여 시켰다. 제품을 만드는데 환경을 고려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그린(green)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을 도외시하는 기업은 세계로 뻗어갈 수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 환경기준에 부응하지 않으면 제품을 해외에 출시하지 못하게 된다.
세계적인 전자 메이커인 일본의 소니가 얼마 전 유럽에서 전자 기기 선적이 거부된 적이 있다. 이 전자 기기에 카드뮴 함유량이 기준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소니는 수천 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환경 문제가 국제적 이슈임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일본은 환경 보호에 있어 상당히 앞선 그룹에 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준에는 미달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친환경 정책은 각국간 대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환경 규제가 세계적으로 점차 표준화되어 가고 있음에 따라 국내에서 통하는 환경기준이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환경 규제는 유럽연합이 가장 앞서 있다. 우리나라가 유럽 연합으로 수출하는 제품 중 절반 이상이 환경 규제 대상이다. 이러한 환경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디지털TVㆍ반도체 등 전자ㆍ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전자ㆍIT 제품은 우리나라의 총수출의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환경을 접목한 전자 기기를 속속 제조하고 있다. VCR의 경우 제품의 기획부터 완성까지 환경이 일관되게 들어가고 있다. 전자회로기판과 전선에 포함된 할로겐을 제거하고, 납을 없앤 무연 솔더를 적용했으며, 완충 포장재도 재활용도를 높이도록 제작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해외 일류 전자 메이커들은 에코디자인(eco-design)된 전자제품의 출시에 힘을 쏟아왔다. 에코 디자인이란 친환경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품질과 성능, 가격이 시장에서 선호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에코디자인이 성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국내는 초기단계의 문턱을 막 넘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메이커가 적극적으로 환경친화 제품의 개발에 나서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세계 시장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환경과 더불어 생활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친환경 제품에는 일반 제품보다 낮은 관세가 부과돼야 한다는 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들은 환경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환경무역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대중화로 환경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 메이커들도 높은 환경 파고에 피동적으로 적응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소비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을 꿰뚫을 수 있다는 해외의 인식을 활용, 먼저 국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그린 제품 개발에 도전하여야 할 것이다.
<김상근(한국전자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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