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7살 진규(가명)의 별명은 너구리다. 눈 밑의 다크서클(검은부위)이 너구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아이가 계속 놀림을 받자 병원을 찾은 진규 부모는 이같은 다크서클이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의외의 진단을 받고 놀랐다.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들은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콧물과 코막힘이 심해지는 등 괴로움을 겪는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약 80%가 어릴 적에 발병하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비염 어린이들에게는 ‘알레르기 샤이너’, ‘코주름’, ‘아데노이드형 얼굴’ 등 특징적 증상이 나타나므로 이를 잘 알아두면 질환여부를 조기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샤이너 알레르기 비염을 가진 아이들은 눈 밑의 피부가 보라색이나 검붉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분홍색이나 붉은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이를 ‘알레르기 샤이너(allergic shiner)’라고 한다. 콧속의 혈액순환 장애로 눈 밑 안쪽에 혈액이 고여 피부색이 검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되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간혹 증상이 없어도 알레르기 샤이너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크써클이 있는 어린이 모두를 알레르기 비염 환자로 볼 수는 없다. 알레르기 샤이너를 고치는 치료법은 따로 없다. 주 원인이 코막힘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주고 알레르기 비염을 완화시키면 자연적으로 나아진다. ◇코주름 알레르기 비염에 걸리면 코가 가렵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계속 코에 손을 대게 된다. 서양 어린이들의 경우 코를 아래ㆍ위로 문지르는 반면 우리나라 어린이는 대개 코를 좌ㆍ우로 문지른다. 이렇게 코를 계속 비비게 되면 콧등 아랫부분에 수평 방향의 주름(nasal crease)이 생기기 쉽다. ◇아데노이드형 얼굴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면 입을 벌리고 숨을 쉴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항상 입을 벌리고 있는 특징적인 얼굴 모양을 ‘아데노이드 얼굴(adenoidal face)’이라고 한다. 입을 벌리고 숨을 쉬게 되면 혀가 조금 내밀어진 약간 바보스러운 얼굴표정이 된다. 이는 얼굴이 위 아래로 길어지도록 영향을 미쳐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 얼굴 발육에 좋지 않다. 따라서 코막힘 만이라도 우선 치료해 주는 것이 좋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 어린이 환자의 경우 집중력이 저하되고 짜증을 자주내며 신경질적인 성격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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