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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은 뜨고 IT는 지고

FT, 올 세계 500대 기업 선정 결과'신(新)경제에 대한 구(舊)경제의 승리'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올해 선정된 세계 500대 기업의 특징을 이 같은 말로 요약했다. 신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오던 IT업계는 거품 붕괴로 몰락의 양상을 나타낸 반면 굴뚝산업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IT기업과 전통기업의 희비 엇갈려=FT가 올들어 지난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ㆍ발표한 결과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통산업의 부상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2년 만에 마이크로 소프트를 제치고 1위에 복귀한 것은 물론 2위를 기록한 시스코 시스템스와의 시가총액 차이도 무려 1,700억 달러 이상에 달하고 있다. GE는 가전에서 항공기, 그리고 금융까지를 망라하는 대표적 굴뚝기업. 정유업체인 엑손 모빌은 지난해 8위에서 3위로 다섯 계단이나 올라섰으며, 제약업체인 화이자 역시 지난해 37위에서 4위로 33 단계 점프했다. 이와 함께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은 17위에서 7위로 도약하는 선전을 펼쳤다. 반면 지난해 세계 최고 기업의 자리에 있던 마이크로 소프트(MS)는 5위로 처졌으며,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은 6위에서 9위로 밀렸다. 또한 일본의 대형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 역시 지난해 3위에서 16위로 처졌다. 물론 시스코 시스템스는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올라섰지만 존 체임버스 회장이 '100년 만의 대홍수'란 표현을 쓸 정도로 최근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IT기업과 전통기업의 명암은 주요 기업에 대한 4월 30일 재조사에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대세적인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올 1월 4일 기준으로 5위를 기록했던 MS와 16위에 랭크됐던 NTT도코모는 최근 기술주 반등에 힘입어 각각 2위와 10위에 올라섰다. ◇미국 선전, 일본 위축=이번에 FT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국 선전, 일본 위축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모든 기업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10조9,150억 달러에서 10조8,664억 달러로 줄어 들었지만 기업 수는 219개에서 239개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조사 시점으로 삼은 1월 4일이 닷컴기업을 필두로 한 IT기업의 거품 붕괴를 본격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IT기업이 다수 포진한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3월 10일 5,048.62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1년 후에는 60% 이상 하락했다. 일본은 지난해 77개 기업이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됐지만 올해는 13개사나 줄어든 64개사에 그쳤다. 이는 닛케이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주가 하락 외에 한동안 맹위를 떨치던 엔저 역시 기업의 대외 경쟁력 강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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