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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벗어난 현대미술의 자유로움
입력2003-11-30 00:00:00
수정
2003.11.30 00:00:00
박연우 기자
미술관에 그림은 없다. 그러나 벽면을 이용한 각종 작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벽면에 7가지 색상의 줄무늬가 그려져 있고 네 모퉁이에 4대의 비디오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누가봐도 비디오아트의 대가인 백남준씨의 작품임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제목은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
이 벽면을 지나 옆방을 가보면 하얀색의 큰 벽면에 두개의 램프만이 관객을 맞는다. 모더니즘의 이상과 그 신화에 도전하는 세리 르빈이 마르셀 뒤샹의 `약국`을 패러디한 벽화다. 다른 벽에는 너무 화사해 벌써부터 봄을 기다리게 하는 설레임을 준다. 분홍색 패턴의 색깔 4가지로 한 벽면을 4등분한 것으로 색채감이 뛰어나다.
소비지향적 현대 사회의 감각을 대표하는 패션과 쇼핑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실비 플뢰리의 `샤넬`이다. 샤넬의 화장품 색조를 그대로 옮겨 분냄새 나듯 달콤하고 화사한 핑크색 벽면이다. 구조가 너무 단순해 `우리집 벽면을 이렇게 분칠해볼까`하는 유혹도 받는다.
또다른 벽면에는 짙은 청색 바탕에 작은 알파벳의 글씨들이 네온사인으로 형상화돼 각자 빛을 낸다. 조셉 코수스의 `시글라, 피네간의 경야(經夜)`작품으로 벽을 바탕화면 삼아 문학작품을 미술의 언어로 바꾼 개념미술이다.
벽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공간을 다룬 해외 대표작가들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카이스갤러리가 내년 1월17일까지 여는 `월 워크(WALL WORKS)1`전은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비디오아트 등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작가들이 벽이라는 특정공간을 위해 창조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이 작품들은 판화처럼 자신의 공간에 주문도 가능하다. 참여작가는 다니엘 뷔렝, 실비 플뢰리, 토마스 그룬펠트, 이미 크노벨, 조세프 코수스, 세리 르빈과 백남준 등 7명이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특정한 공간 설정 뿐 아니라 그 제작방식과 유통에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작가가 정해놓은 규칙과 설명에 입각하여 정확한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작가각 지정한 작품의 재료를 제품설명서에 따라 조립하여 완성하는 방식을 따른다. 그래서 주어진 공간에따라 자유로운 변용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회화 캔버스를 벗어나 보다 넓은 삼차원 공간에 대한 실험을 시도하는 현대 미술계의 큰 흐름을 반영한다.
각 작품들은 판화처럼 12~15개의 에디션이 정해져 있어서 판매와 설치의 숫자가 제한돼 있다. 구매자가 나설경우 특정 공간에 작가가 지정한 규격대로 벽화를 그리는 대신 전시장 작품을 지워 없앤다.
작품 가격은 에디션이 올라감에 따라 비싸지는 사진과 마찬가기로 첫번째 작품보다 예컨대 열번째 만들어진 작품이 비싸다. "백남준씨의 작품은 마지막 에디션으로 초기 에디션 가격(2만8,000달러)보다 배이상이 오른 6만달러이상 매겨지고 있다"는 것이 갤러리측의 설명. 이번 전시작품은 한 소장가의 작품을 빌려온 것이다. "`샤넬`의 경우는 벽 크기에 크게 구애 안받고 7,000달러에 판매된다"는 갤러리측은 "이번 전 시는 건축과 미술의 만남을 보여주는 자리로 현대미술의 오리지널은 어디까지인가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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