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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막신과 짚신

나막신 장사와 짚신 장수를 하는 두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은 짚신이 안팔리까 봐 걱정이 돼 잠을 못 이루고 맑은 날은 나막신이 안 팔릴까 봐 한숨짓는다. 참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숨김없이 드러난 말이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은 그 노인에게 “생각을 바꿔 비오는 날은 나막신이 잘 팔려 좋고 맑은 날은 짚신이 잘 팔리니 얼마나 좋으냐”라고 말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발상을 전환해 슬픈 일에 얽매이지 말고 밝고 기쁘게 사물을 보라는 뜻일 것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식품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겨울제품을 주력으로 팔던 업체들은 무더위에 꼬리를 내리고 여름상품이 주력인 곳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일년 대목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여름, 겨울제품을 겸한 곳은 `우산과 나막신`을 동시에 팔면서 별걱정 없이 사계절을 맞고 있다. 바로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이 그들이다. 겨울에는 과자, 초코릿을 팔고 사탕이 줄줄 녹는 여름에는 빙과,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팔고 있다. 반면 제과 등 건과부문만 생산하는 크라운제과, 동양제과 등은 다가오는 여름이 두렵기만 하다. 초콜릿의 경우 여름에는 아예 생산라인까지 중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매출의 80% 가량을 겨울철 라면에서 올리는 농심은 최근 들어 여름성수기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여름철 라면 출시는 물론 생수, 어린이 쥬스에 이어 과실쥬스까지 직접 생산하면서 반 음료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바로 여름철 매출하락을 보존할 심산에서다. 그러나 빙과 전문회사인 빙그레가 과거에 라면과 스낵사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농심과 정반대의 이유로 보인다. 빙과 비수기인 겨울에 손을 놓기가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빵 전문회사인 삼립식품이 꾸준하게 빙과, 음료시장에 진출하고자 노력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또 베이커리 체인인 파리크라상이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확연한 나라에서 계절마케팅은 성공적인 경영의 주요 요인중 하나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가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식품업체들이 포트폴리오 확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계절적 편차를 극복할 수 있는 상품 구색을 맞추기 위한 목적에서다. 경영자의 입장에선 짚신과 나막신을 동시에 팔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계절편차 극복만을 내세우는 무모한 진출에는 항시 문제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크라운제과는 여름상품인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하다 부도로 1년만에 사업을 접었고 동양제과 역시 동양음료를 세웠으나 구체적 사업내역 없이 페이퍼 컴퍼니로만 존재하고 있다. 짚신과 나막신중 하나에만 집중해 공략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고착관념을 깨뜨려야 한다는 얘기다. <양정록(생활산업부 차장)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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