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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기체(기체방출ㆍoutgassing)는 고체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기체를 일컫는 말이다. 또 반대현상으로 표면에 기체가 붙잡히는 것은 흡착이라 한다. 우리가 늘 보고 있는 사물들도 미시적으로 보면 표면에서는 끊임없이 흡착과 탈착이 일어나며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진공 중에 있던 극도로 깨끗한 금속 표면이 대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은 곧 공기 원자와 부딪히며 이 부딪힘으로 인해 0.000000001초 동안에 표면전체에 분자 한 층이 흡착된다. 한 층의 높이는 대략 0.3㎚이다. 이와 같이 기체들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기회가 있으면 자기가 붙어 있을 만한 곳을 찾고 있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체나 동종의 다른 분자가 이미 차지하고 있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차지한 자리에 부딪친 기체는 그 위에 덧붙어있거나 다시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이 관계는 대부분 기체분자간의 특성 또는 표면의 온도상태에 의존하게 되는 등 매우 복잡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탈기체의 의한 효과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진공분위기 안에서 쓰이는 재료에서 볼 수 있다. 한 예로 아직도 사용량이 많은 브라운관식 모니터(대기보다 약 100억배 희박)내부의 전자총에 사용되는 금속류, 세라믹류 등이 그것이다. 금속류는 필라멘트와 필라멘트로부터 전자를 끌어내기 위한 전극 등에 사용되며 금속류 자체의 탈기체는 양이 적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과 비교해 전극 등을 전기적 절연시키면서 지지하는데 사용되는 세라믹은 큰 양의 탈기체가 나온다. 더군다나 근접한 필라멘트가 가열되면 탈기되는 기체의 양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즉 진공도가 나빠지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브라운관의 성능의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모니터의 선명도가 떨어지며 색깔도 정확하지 않게 되며 궁극에는 사용이 어렵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억제시키기 위해 전자총 주변에 박막형태의 게터(getterㆍ일종의 기체를 잡아 붙잡아두는 물질)를 코팅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탈기체 양의 저감문제는 우주공간에서 사용될 인공위성용 재료 등에서도 중요한 이슈이다. 인공위성 재료의 경우 주변이 온통 고진공 상태이므로 지상에서와는 다르게 탈기체가 항상 존재하며 특히 태양이 비치는 면이 가열되어 생긴 탈기체가 그늘진 곳의 차가운 면에 흡착되면 내부의 미세한 회로 부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탈기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장치 등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는 진공의 바이러스인 셈이다. 이를 퇴치하기위한 노력은 진공재료 개발 분야의 영원한 숙제다. 후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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