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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도안에 뿌리깊게 남은 '일제 잔재'
입력2005-11-07 07:12:00
수정
2005.11.07 07:12:00
문자배열·인물초상·직인 일본지폐 모방…韓銀, 새 지폐 도안추진
지폐 도안에 뿌리깊게 남은 '일제 잔재'
문자배열·인물초상·직인 일본지폐 모방…韓銀, 새 지폐 도안추진
현재 통용중인 지폐의 도안 가운데 핵심부분인인물초상과 한글문자의 배열 및 형식, 직인 등 핵심요소들 대부분이 일제 식민지 지배의 뿌리깊은 잔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의 지폐를 일본 지폐와 면밀히 대조해보면 문자배열의 기본틀과 형식이 완벽하게 일치하며 이는 세계 여타 국가의 지폐와 비교해 볼 때 오로지 한국과 일본지폐만이 갖는 공통점이다.
문자 배열이 일본 지폐와 똑같아 화폐의 기본틀이 일본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식민지배 잔재 청산을 외치는 시민단체나 학계는 물론 화폐전문가들 조차도 지금까지 한번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발권 당국인 한국은행조차 최근 새 지폐의 도안 확정을 위한 자료수집과 연구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발행되는 5천원권의 도안은 이러한 일제 잔재를 완전히 털어내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한은은 밝히고 있다.
◇한글문자 배열과 형식 완전히 일치 = 현재의 5천원권 앞면에는 맨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국은행권', `오천원', `한국은행' 및 총재직인이 나란히 배열돼 있다.
1만원권과 1천원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배열은 일본 지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엔화 앞면에는 맨 위에서부터 `日本銀行券', `五千円', `日本銀行' 및 총재직인이 배열돼 있다.
해방이후 발행된 모든 원화 지폐가 일본 지폐와 똑같은 문자배열 구조를 취하고있다.
이는 한은의 전신이 바로 조선은행인데다 일본식민지 시대에 일본 화폐를 그대로 받아들여 통용화폐를 발행했던 관행이 광복 후에도 60년동안 그대로 방치돼 왔기때문이다.
한은은 따라서 내년 1월 발행하는 새 5천원권에는 `한국은행권'이라는 표기에서`권'자를 삭제하고 맨 아래 열에 배치된 지폐발행 주체를 표기한 `한국은행'을 `한국은행총재'로 바꿨다.
또 문자 배열도 간격도 위의 두줄인 `한국은행'과 `오천원'은 붙이고 맨 아래에 위치한 `한국은행 총재'는 간격을 벌여 심미적인 효과를 높이면서 일본 지폐와 차별성을 뒀다.
◇발권주체의 표기법과 직인도 일제 잔재
세계 각국의 지폐는 대부분 발권당국의 최고책임자의 친필 서명 또는 직인이 표시된다.
미국 달러화에도 재무장관의 직함과 친필서명이 들어간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지폐에는 발권주체가 `한은 총재'가 아닌 `한은'으로 돼있다.
앞면 문자열 맨아래에 `한국은행'이라는 표기와 총재직인이 찍히는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회사의 대표이사가 서류에 결재를 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는것이 아니라 회사이름으로 서명, 날인하는 형식인 셈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형식은 일본 지폐를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새 지폐에는 `한국은행 총재'라는 표기와 함께 `한국은행 총재'라는사각모양의 직인을 찍는 것으로 도안이 변경됐다.
지금의 지폐에 찍히는 직인이 원형으로 돼 있는 것 역시 일본 지폐의 직인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전각협회 등은 원형의 직인이 일제 잔재라고 지적하며 우리 전통에 부합하는 사각모양의 직인으로 총재직인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펴왔다.
◇흰 테두리 모양도 닮은 꼴
지폐의 가장자리를 여백으로 남겨 흰테두리 모양을 한 것 역시 일본 지폐와 똑같다.
새 5천원권은 이러한 흰테두리 양식에서 탈피, 엔들리스(endless)양식을 채택했다.
엔들리스 양식은 지폐 가장자리 부분에 색조와 무늬를 넣어 지폐의 끝부분을 이어 맞추면 문양과 색상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해 위.변조를 방지하는 것이다.
◇인물초상에 남은 일제 잔재, 논란 계속될 듯
현재의 5천원권에 그려진 율곡이이의 초상은 1983년 지폐 발행당시 일본에 원판을 제작의뢰한 것이다.
일본인이 원판을 조각한 탓에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럽지 못한 인상을 풍긴다는것이 도안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새 5천원권의 인물초상은 조폐공사의 디자이너가 직접 원판을 제작, 좀 더 실제인물에 가깝게 탈바꿈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그러나 1만원권에 그대로 적용될 세종대왕의 초상은 친일행적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표준영정을 채택한 것이어서 여전히 일제 잔재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입력시간 : 2005/11/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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