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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공연예술계 수입 봇물 경보
입력2003-05-23 00:00:00
수정
2003.05.23 00:00:00
요즘 공연예술계의 가장 주목할만한 화제는 뭐니뭐니해도 외국 유명공연의 수입 증가와 대형야외 공연물의 제작이다. `오페라의 유령` `캐츠` `레 미제라블` 등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포문을 연 이후 클래식과 오페라로 이어지며 기세 좋게 흥행의 행진가두를 달리고 있다. 왜 이런 공연들이 늘어나고 있을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공연에 투자하는 거대 자본들에게 이익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예술가들이 제작에 참여하고 세계 공연시장을 통해 작품성과 관객 동원력이 입증된 소위 명품 작품들이기 때문에 30만원 50만원의 티켓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공연들이 들어오면서 일어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나라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마음대로 유통이 되지 않는 공연 예술의 특성상 해외의 유명 작품을 본다는 것은 대단히 깊은 예술적 감흥을 주어 때로는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는 정서적 낙인을 찍어주게 된다. 그리고 그 공연으로 받은 예술적 정서가 자신도 모르게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가 우리 나라 예술계에 가져다 준 효과는 무엇보다 예술의 편식 현상이 심화되어 균형 잡힌 예술 관객 층의 형성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유명 공연들로부터 자극 받아 예술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 이상으로 급속도로 고급화, 서구화되어 가는 관객들의 예술적 취향 때문에 전통예술이나 창작예술이 고사 상태에 빠질 위험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 예로 올해 초에 어느 지방 문예회관의 운영자를 만났는데 그가 대단히 흥미 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3년 전, 문예회관이 설립된 뒤로 주민들의 문화 향상을 위해서 서울에서 유명 공연들을 열심히 초대했단다. 그랬더니 지방 예술가들의 작품이 눈이 높아진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그들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냉랭해져서 지방 예술가들이 생계를 걱정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예회관의 경영 활성화와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이라는 양립하지 못하는 숙제 사이에서 운영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번민하는 운영자의 고민이 어찌 그 만의 고민이겠는가?
지금 세계 문화계의 가장 중요한 현안과제는 거대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강대국의 일방적 문화 흐름에서 어떻게 하면 다양한 종족의 다양한 문화를 키워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런 과제를 안고서 고군분투하는 문화 약소국의 한 예술가이자 극장 경영자로서 과거에 비해 오히려 더 큰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우리 모두 경계경보가 울리고 있는 국내 예술계의 현실을 돌아보고 대책을 함께 고민해 보자.
<김명곤(국립극장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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