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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환경 갈수록 악화 "살고보자"
입력2001-11-01 00:00:00
수정
2001.11.01 00:00:00
■ 기업들 알짜사업 다시 판다연말연시 자금 병목현상 우려 유동성확보
'미래의 성장ㆍ발전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의 생존이 더 급하다.'
기업들이 최근 들어 알짜배기 수익사업과 보유자산 매각을 다시 강도 높게 서두르는 이유와 배경은 이렇게 요약된다. 최근의 경영 여건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위기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먼저 유동성확보에 나서 고비를 넘기자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최근 ▲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 성향 강화 ▲ 중국의 급부상 ▲ 미 테러 사태 후폭풍으로 인한 소비위축 등 경영환경을 급속히 악화시키는 메가톤급 악재들에 둘러싸여 있다.
시기적으로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인 지난 98년부터 만 3년이 흘러 그동안 회사채발행 등으로 한숨 돌렸던 기업들의 자금흐름이 다시 한번 병목현상을 일으킬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 가세한다.
자금사정의 양극화 현상은 여전해 우량기업들은 여유가 있지만 중견그룹이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엄두도 내기 힘든 실정이다.
◆ 돈 되는 사업도 팔아라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은 수익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처분할 수 있는 모든 비주력 사업을 처분하겠다는 모습이다.
진로가 현지 판매법인인 일본재팬 및 수출용 소주공장인 마산공장을 일괄매각하기로 한 것이나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사업부를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진로의 진로재팬 및 마산공장은 진로소주가 최근 4년 연속 일본 소주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기반이다. 화의절차를 밟고 있는 진로로서는 진로재팬과 마산공장이야말로 가장 유망한 '캐시 카우' 사업부문이다.
기내식사업은 인천공항을 거치는 모든 나라의 항공사들이 무조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땅 짚고 헤엄치기 식' 고수익사업이다. 과거 미국 기업이 자국 대통령의 힘을 동원하면서까지 사업권을 따내려 했을 정도다.
진로나 아시아나가 알짜배기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버는 것 이상으로 들어가는 금융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 현금확보 최우선, 금융비용을 낮춰라
코오롱상사와 ㈜코오롱의 부채로 금융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코오롱은 9월 무교동 사옥을 모건스탠리에 매각했다.
코오롱은 사옥매각 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부채를 상환, 149%에 달하는 코오롱상사의 부채비율을 142%로, 130%인 ㈜코오롱 부채비율은 124%로 낮추기로 했다.
부채비율을 낮춰 기업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당장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그동안 애지중지해온 노다지 땅은 물론 자존심이 걸린 사옥 매각 및 주력사업의 일부를 포기하는 사례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호산업은 최근 주요 사업영역인 타이어부문 지분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은 "회사에 필요한 만큼의 투자 금액을 제시한다면 타이어사업의 경영권도 양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비용 부담이 기업의 정상 경영을 위협하는 상황에 팔ㆍ다리라도 도려내겠다는 의미다.
◆ 성장 잠재력 위축 우려
한일시멘트는 단일품목 일변도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96년부터 5년간 지속적으로 매달렸던 차세대 리튬폴리머 전지사업을 포기, 전담법인인 케이에프텍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잇따르고 있어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시장 전망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매각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알짜배기 사업이나 자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해도 '생존 이후 미래전략'의 기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기업이 미래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위해 온갖 정성을 들여 가꿔오던 사업부문마저 매각하고 나면 앞으로 어떤 사업을 성장에너지로 삼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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