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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
입력2002-06-23 00:00:00
수정
2002.06.23 00:00:00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에서 약 1시간 반을 달리면 서산 인터체인지가 나오고, 서산을 지나 태안군 소원면 방향으로 반시간을 더 달리면 서해안의 아름다운 해수욕장 만리포가 나온다.
넓고 기나긴 모래사장, 새파랗게 맑은 물, 시원한 파도소리가 2시간의 고속주행에서 오는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눈을 떼고 떠나기가 쉽지 않은 만리포에서 해안가 좁다란 수목지대 옆 길을 따라 북쪽으로 한 5분 더가면 천리포수목원의 초가지붕 모양 사무동 건물이 왼쪽으로 다가온다.
정문을 들어서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천리포수목원 본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숲속으로 옛 농촌에서만 불 수 있었던 초가집 한 채와 기와 한옥 한채가 다소곳이 파묻혀 있다.
초가지붕 모양을 한 2층 사무동 뒤로 돌아서면, 연못이 넓게 펼쳐져 있고 주변에는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다. 잔디 너머로는 다양하고 큰 키의 교목 숲이 연못을 둘러싸고 있다.
연못지대를 지나 오솔길을 따라 나즈막한 언덕을 올라가려면 평소 볼 수 없던 난대성 식물들이 눈길을 끈다. 언덕위에 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서해바다가 눈밑에 들어오고 본원에 딸린 조그마한 섬 하나가 갯벌 너머로 보인다.
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천리포수목원에는 거의 1만여종의 수목자원이 서식하고 있다. 목련만 해도 450여종, 호랑가시나무류가 400여종, 동백도 300여종이나 된다.
20만평도 안되는 면적이지만 수목다양성으로는 세계 어느 수목원도 따라 올 수 없어 지난 200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다양성을 자랑하면서도 숲의 자연미와 함께 한국적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천리포수목원이 한국으로 귀화한 미국인 칼 페리스 밀러(한국명 민병갈) 선생님께서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바닷가 황무지를 가꾸어 30여년만에 이루어 놓으신 것이라는 점을 알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설립자 민병갈 원장께서는 지난 4월 81세의 연세로 타계하면서 천리포수목원을 연구ㆍ교육목적 수목원이자 공익재단으로 한국 국민에게 남겼다.
이제는 우리사회 각계의 지도자들이 천리포 수목원의 홍보대사가 되어 우리나라의 다른 산과 마을, 바닷가들도 천리포수목원처럼 아름답고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게 할 정책과 방법을 찾아내야 할 차례다.
/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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