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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안 비상](상)카드 이어 폰뱅킹 사고까지 고객불안 일파만파
입력2003-01-28 00:00:00
수정
2003.01.28 00:00:00
이진우 기자
`은행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면 내 돈을 땅속에 묻어야 하나…`. 현금카드 복제 파문에 채 가라앉기도 전에 폰뱅킹 거래에서까지 불법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사건이 터지자 고객들의 불안감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최근 각 은행 창구에는 자신의 예금잔액을 확인하거나 거래내역을 확인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동안 `안전 1순위`로 여겨져 온 은행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일과성 사건으로 의미를 축소, 미봉책만을 내놓은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첨단 금융거래 보안비상= 과거 은행에서 발생했던 금융사고는 영업점 창구나 그 주변에서 돈을 날치기하거나 직원들이 고객의 돈을 몰래 빼내 유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카드나 폰뱅킹사고는 은행들이 비교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자랑해 온 최첨단 금융거래수단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현금카드 복제사고의 경우 일부 은행의 현금카드 보안기능이 취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지역농협의 경우 지난 91년부터 발급된 구형 카드를 아직까지 고객들이 사용하게 함으로써 범인들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 알아내면 손쉽게 돈을 빼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 국민은행 폰뱅킹 사고 역시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범인은 전화번호 발신음을 녹음한 뒤 이를 번호로 해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첨단수법을 사용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범죄수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은행의 거래수단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때마다 미봉=이번 폰뱅킹 사건과 관련해 국민은행측은 내부 시스템의 문제나 직원의 연루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기존 고객에게는 보안카드 없이도 거래를 허용해 범행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처럼 금융사고 범죄가 최근 갈수록 조직화 또는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안을 위해 암호카드까지 갖춘 신용카드나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에서 문제가 생겨 사실상의 국가기간망인 금융거래망에 구멍이 뚫릴 경우 사회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사고가 연이어 터져도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들은 처음엔 상황파악조차 못하고 있을 정도로 대처능력이 취약하다”며 “이는 언제든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범죄가 생기면 이를 뒤따라 가는 식으로 막는 결과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금융거래 불안감 증폭=이처럼 연이어 금융사고가 터지고 있는데도 은행들이 발빠르게 대처를 하지 못하자 고객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주부 김모(36ㆍ경기도 고양시)씨는 “은행에 나가기가 불편한데다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 사고를 보면 더 이상 안전한 것 같지 않다”며 “은행마저 믿지 못하면 어디에 돈을 맡겨야 할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최근 잔액이나 거래내역을 확인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은행 시스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을 해도 믿지 못하는 눈치”라며 당혹해 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은행에 돈을 맡긴 채 무작정 안심만 하지 말고 새로운 보안시스템이 나올 때마다 즉시 활용하면서 수시로 예금잔액을 확인하는 등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비밀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하는 한편 비밀번호를 정기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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