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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횟수 1인당 평균 14건
작년의 2배… 올해 설의 3배
일상적 고향 방문 넘어 여행 등 여가활동 증가
#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고향이 부산인 최정훈(가명)씨는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부모님을 모시고 경남 통영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최씨는 부모님과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기간에 총 12차례 내비게이션을 이용했다. 김씨가 어림잡아보니 올해 한가위 연휴에 쓴 비용은 지난해보다 많았다.
지난 추석 명절 연휴(9월26~29일)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이용 횟수가 1인당 평균 14.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설과 지난해 설·추석의 평균 이용 횟수보다 최대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최씨처럼 일상적인 고향 방문을 넘어 여행이나 여가생활 목적 등으로 인한 이동 횟수가 예년보다 많아진 것이다.
4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T맵과 김기사를 운영 중인 SK플래닛과 록앤올에 따르면 두 서비스의 명절 연휴 길안내서비스 이용 횟수가 역대 최고인 총 1억4,700만건에 달했다. T맵의 경우 1억1,000건의 길안내서비스가 이뤄졌고 김기사의 길안내서비스 실적도 3,700만건을 기록했다. 1인당 이용 건수로 계산하면 T맵은 13.7건, 김기사는 14.8건이다. 따라서 추석 연휴 동안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14건 정도씩 길안내서비스를 받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9월6일~10일)의 7.8건(T맵)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올해 설 명절(2월18일~22일)의 5.4건(T맵)보다 세 배 많은 건수다. 자동차를 소유할 만큼 상대적으로 소비여력을 갖춘 계층이 그만큼 이번 연휴에 귀향·귀경은 물론 지인 방문과 여가생활 목적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는 얘기다. 전체적인 추이를 보면 지난해 설 연휴(1월30일~2월2일)의 5.4건에 이어 같은 해 추석 연휴에 7.8건으로 조금 늘어난 뒤 올해 설에는 5.4건으로 다시 줄었다. 그러다 이번에 14.0건으로 크게 반등한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와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각종 악재로 잔뜩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이번 내비게이션 이용 수 증가를 놓고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역귀성 추세가 정착되고 베이비붐 세대 노령화 등으로 명절을 보내는 패턴이 변화하는 등 시대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활발한 이동은 소비심리의 회복 신호로도 해석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비게이션 길안내 이용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연휴에 여가활동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이동이 빈번하다는 것은 소비 증가와 연결되므로 경기회복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시간 교통상황 반영 등의 기술 발전과 연휴기간 길이에 따른 교통량 분산 등의 변수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업계는 8월 말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2,068만대의 자동차 중 대략 72.5%인 1,500만대 정도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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