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4> 생존의 필요조건, 자발적 구조조정

등 떠밀리기 전에… 기업 '주고받기식 빅딜' 주도해 새판 짠다


석유화학·철강 등 기업간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오너끼리 긴밀한 의사소통 통해 신속 사업재편

"상시 구조조정 위해 정부 차원 패키지 지원 필요"


일본 정유업계는 최근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업계 2위인 이데미쓰흥업과 5위 쇼와셸석유가 지난 12일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각각 업계 1위, 3위인 JX홀딩스와 도넨제너럴석유도 경영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유업의 미래가 캄캄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해 업계의 재편을 촉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화력발전 시스템 부문을 통합하는 등 이는 전 산업 부문에서 진행 중이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대규모 합종연횡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아닌 기업들이 주도하는 '주고받기식' 빅딜을 통해 새 판을 짜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미래의 생존을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이 일종의 '필요충분 조건'이 된 셈이다.

삼성과 한화(방산 분야), 포스코와 세아그룹(철강 분야) 간에 각각 이뤄진 인수합병(M&A)은 해당 업계의 빅뉴스였다. 사업 재편에 대한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오너 기업의 경우 오너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신속한 사업 재편으로 이어진 측면도 적지 않다.

신호탄을 쏜 것은 석유화학 업계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현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을 인수한다는 발표에 이어 지난 4월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의 석유화학 사업이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9위(291만톤)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계기가 됐다"며 "단순히 덩치를 불렸을 뿐만 아니라 에틸렌 외에도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경유·항공유 등으로 생산 제품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에 2개 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삼성은 이어 지난 10월 롯데에 나머지 3개 화학 계열사를 매각했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이 롯데의 이름을 달게 된 것이다.



삼성·롯데·한화 사이에 이뤄진 두 차례의 빅딜로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지형도도 크게 바뀌었다. 각각 15조원, 9조원(지난해 매출 기준) 규모였던 롯데케미칼과 한화그룹 석유화학 부문이 M&A 후 연 매출 20조원대 안팎의 덩치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연 매출 22조원 규모의 LG화학과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하게 된 셈이다. 삼성과 한화는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방산 계열사의 '주고받기식 M&A'를 통해 방산업계의 지형도 바꿨다. 한화가 ㈜한화의 방산 사업에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옛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추가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내 1위 방산사업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철강 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코너에 몰린 철강 기업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왔다. 3월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덕분에 포스코는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얻고 세아베스틸은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강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특수강 시장의 지형도를 변화시킨 셈이다. 앞서 2월에는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이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는 동부그룹으로부터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하며 특수강 하공정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특수강 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24일의 SK·OCI 간 M&A도 반도체 분야의 사업 재편의 일환이었다. SK는 OCI머티리얼즈를 통해 SK하이닉스와 SK㈜의 반도체(소재)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OCI는 그동안 진행해온 비핵심 사업 부문 매각을 마무리하고 태양광 발전 등의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금과 여건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주고받기식 M&A가 잇따라 성사된 데는 각 그룹 오너들 간의 긴밀한 조율이 크게 기여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으로 입사해 지금도 석화 사업에 애정이 깊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만나 빅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사업을 정리하려던 이 부회장과 정밀화학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던 신 회장이 적절한 타이밍에 회동하면서 3조원 규모의 M&A가 원활히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기업 주도의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올 상반기 기업결합 건수와 규모도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났다.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결합 건수는 313건, 규모는 127조7,000억원 상당으로 전년보다 9.4%, 45%씩 늘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재계에서는 기업·업종별 사업재편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사업재편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의 선제적·상시적 구조조정을 위해 세제·금융·공정거래·상법 등 패키지로 지원해야 한다는 골자다.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하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